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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여행을 떠나요

[가족과 함께하는 세계여행] 밀라노, 두오모

by 앰코인스토리.. 2023. 10. 31.

(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유럽여행 기간 중 오늘이 가장 이동이 많고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날이다. 베네치아에서 밀라노로 이동 후 최후의 만찬을 보고 스위스로 넘어가야 하는데,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착착 움직여야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아래 여행 계획표를 보면, 필자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구글 지도로 보면 이동 거리만 해도 600km가 넘는 엄청난 일정이고,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날이기도 하다.

 

예상 가능한 위기 상황은 아래와 같다.

 

1) 베네치아에서 밀라노로 가는 6시 20분 기차를 놓치면 최후의 만찬을 보지 못하고 스위스로 가야 함.

2) 오전 9시 밀라노 도착 후 여행용 가방을 맡기고, 두오모로 이동 후 짧은 관광. 다시 ‘산타 마리아 델라 그라 찌에 성당’으로 이동하여 10시 50분까지 도착해야 함. 기차가 연착되는 경우 최후의 만찬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음.

3) 최후의 만찬 관람을 마치고 1시간 25분 내에 중앙역으로 돌아와 점심을 해결한 후에 12시 25분 기차를 타야 스위스로 갈 수 있음.

4) 도모도솔라 가는 기차를 타야 하고, 브리그역에 내려 스위스 패스를 구입 후 스피츠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함.

 

이 모든 것이 생전 처음 가보는 나라와 환경에서 착착 진행되어야 하는 일정이라 부담감이 더 크다. 그리고 이것은 다 아빠의 몫이다. (^_^)

 

아침일찍 서둘러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까지 마친 후, 밀라노행 6시 20분 기차를 타기 위해 산타루치아역으로 바쁘게 향한다. 기차가 연착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기차가 역에 딱 정차하여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이탈리아 내부 철도인 트랜 이탈리아는 탑승일 3개월 전에 예약하면 가격도 많이 저렴하고, 원하는 자리에 좌석 지정도 가능하다. 물론 필자는 미리미리 예약해서 여행비를 조금이나마 절약할 수 있었다.

 

기차가 서서히 움직이며 베네치아를 떠나간다. 마치 <센과 치히로>에 나왔던 물 위에 떠 있는 기찻길처럼, 바다 위로 떠 있는 철길 위로 기차는 달린다. 저 멀리 해가 떠오르며 하늘이 붉어지고 있다.

 

베네치아에서 밀라노까지는 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아침일찍 일어나 피곤했던 아이들과 아내는 단잠에 빠져 들었다. 필자도 피곤하긴 마찬가지나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빠르게 달리는 기차 창문 밖으로 보이는 이탈리아의 풍경.

 

가방 분실사고가 종종 발생한다는 첩보를 접하고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간 와이어와 자물쇠. 가방을 한꺼번에 묶어 두니 제아무리 힘센 도둑이라도 이걸 한꺼번에 들고 갈 재간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언제 깼는지 큰 아이가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포도밭이 보인다. 이탈리아는 나라 전역이 특색 있는 와인을 생산하는 와인 대국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탈리아 남부 포지타노 바닷가 절벽에도 포도나무가 있고, 기차로 지나가고 있는 북부 베네토 지방에도 이렇게 포도나무가 흔하다.

 

드디어 밀라노역에 도착했다. 준세이와 아오이가 만났던 바로 그 기차역이 바로 밀라노역인데 어딘가에 준세이와 아오이가 서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꼭 본 후 피렌체와 밀라노 여행을 떠나시길.

 

20일이 넘은 일정이라 짐이 많았던 우리 가족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찾아봤던 것이 ‘짐 보관센터’다. 다행히도 밀라노역에는 관광객을 위한 짐 보관센터가 있는데 가격도 적당해서 딱이었다. 센터 위치와 짐을 맡기는 방법, 유의할 점 등을 미리 숙지하고 갔던 터라 어렵지 않게 짐을 맡길 수 있었다. 혹부리 영감이 혹을 떼어냈던 홀가분함이 바로 이런 기분이었던가. 무거운 짐들을 잽싸게 맡기고 두오모행 지하철을 타러 간다. 앞에 보이는 것이 지하철 문일까?

 

이것은 지하철 문이 아니라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이다. 1유로 동전을 넣어야 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1명당 1유로라 적지 않은 금액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하철을 타기 전에 각자의 일을 해결하고 출발!

 

이제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1시간 50분. 1시간 50분 동안에 지하철로 밀라노 두오모를 찾아가서 두오모를 둘러보고, 산타마리아 델라 그레찌에 성당을 찾아가 최후의 만찬을 보고, 다시 밀라노역으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짐을 찾고, 스위스행 열차를 타야 한다.

 

엉뚱한 방향의 지하철을 타거나 한 정류장이라도 지나쳐갈 경우에도 일정이 틀어질 수 있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둔~둔~두두 둔~! 드디어 도착한 두오모역.

 

지상으로 나가 보니 밀라노 두오모가 보인다.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밀라노 두오모. 참고로 두오모는 반구형 둥근 천장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점차 대성당을 부르는 의미로도 쓰인다고 한다. 뾰족뾰족한 첨탑들이 인상적인 밀라노 두오모(밀라노 대성당)다.

 

밀라노 두오모 앞에는 넓은 광장이 자리하고 있어 항상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니 소란스러운 바깥과 달리 경건하고 무거운 분위기다. 노트르담 성당이나 바티칸 대성당을 보고 왔던 터라 큰 느낌은 없었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던 지라, 두오모 내부를 주마간산식으로 살펴보고 밖으로 나와 오른쪽에 있는 갤러리아로 향했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 두오모 바로 오른쪽에는 세계적 명품샵들의 거리로 유명한 빅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가 유명하다.

 

바닥에는 타일 모자이크로 만든 황소가 있는데, 황소의 중요한 부분을 발 뒤꿈치로 밟고 뱅뱅 세 바퀴를 돌면 소망이 이루어지고 밀라노를 다시 올 수 있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황소를 괴롭히는 곳이다. 자세히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뱅글뱅글 돌았는지 중요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을 정도다.

 

필자도 오른발 뒤꿈치를 황소의 중요 부분에 대고 신나게 돌아본다.

 

럭셔리한 밀라노 패션의 중심지를 둘러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잽싸게 건물 밖으로 나온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를 밀라노 두오모를 사진에 담아본다.

 

이제 두오모 앞에서 16번 트램을 타고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찌에 성당을 찾아가야 하는데, 과연 실수 없이 10시 50분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인지! (다음 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