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개항백화>
인천의 뉴트로 공간 재미, 새롭게 떠오르는 힙플레이스! 그 두 번째 공간은 앞선 인천개항로 투어에서 잠깐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 <개항백화>입니다. ‘개항로의 작은 백화점’이란 콘셉트로 탄생한 공간은 오래된 상가주택 건물을 개조해 카페, 와인 샵, 스튜디오, 향수공방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백 가지 물건을 팔지는 않지만 백 가지 이야기를 담고자 한 공간’에서는 개인의 가치관과 열망,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이 녹아든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큽니다.
건물은 그 입구를 찾기가 조금 애매해요. (사실 건물 꼭대기 개항백화 간판보다 눈앞의 고추박사 임팩트가 더 크답니다!) 으레 대로변에 번듯한 무언가를 예상했건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출입문은 돌아 돌아 건물 뒤편에 작게 있었어요. 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내부 벽에는 모니터가 달려 있었고 브라운관으로 개항백화 관련 영상이 재생되고 있습니다. 빨강과 파랑이 대비를 이루는 2개의 타원형 조합의 아이콘, 레트로풍의 폰트가 디자인적인 재미를 선사합니다. 특히 윤기가 흐르는 마루, 벽과 나무계단 등의 옛날 마감재는 건물 본연의 것으로 시대의 감성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오래되어 다소 삐걱거리는 계단을 올라 개항백화 공간에 입성합니다. 확 트인 로비는 역시 윤기가 좔좔 흐르는 마룻바닥 마감이 눈에 띕니다. 창문에 노란색 스테인드글라스 장식과 천장의 멋진 샹들리에도 레트로한 감성을 배가시키네요. 창 쪽으로는 테이블과 벤치,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잠시 얘기를 나누거나 쉬어가기 좋아요. 한쪽 벽에는 각종 소품과 기념품 책들이 진열되어 있네요.
공간의 구석으로 가자 길게 뻗은 복도가 나옵니다. 그 끝으로 ‘짠’하고 나타나는 마법 같은 공간은 각양각색의 내추럴 와인을 만날 수 있는 와인보틀샵, <포트포인트>입니다. 가맥 형식의 가게는 ‘와인을 매개로 경험을 잇는’다는 슬로건 아래 각종 와인은 물론 간단한 주전부리 스낵도 구비하고 있었어요.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러프한 마감에 알록달록 빈티지 가구와 조명, 소품의 조화가 멋스러운 공간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빈티지 글라스 역시 특색있는 와인보틀샵을 완성하는데요, 이곳의 주력은 각종 네추럴 와인으로 이는 사실 라벨 보는 재미가 상당해요. 사진, 그림, 손 글씨 등등 저마다의 개성을 담아 완성한 라벨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자체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입니다. 보고만 있어도 눈이 즐거워지는 시간에서 기울이는 술잔은 얼마나 더 특별한 기억을 선사할까요?
와인샵 한쪽으로 나무 문이 보여요. 마치 벽장 같기도 한데요, 마침 문이 열리고 미스테리한 공간을 엿볼 수 있었어요. 클래식한 감성의 인테리어, 낮은 조도, 정체 모를 액체가 담긴 작은 병들의 진열,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 전체적으로 묘한 느낌을 전하는 공간은 어떤 비밀을 품은 듯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이곳은 <발로(Ballo)>라는 이름의 향수살롱이에요. 향수의 영감과 시향기 등 향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이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향수를 큐레이션해준다고 해요. 향수덕후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겠지요? 프라이빗한 공간은 예약(네이버)은 필수라고 해요.
다시 로비를 나와 반대편 섹션으로 이동합니다. 약도에 의하면 이곳에서는 틈새 갤러리 <세토포스>와 젤라토 카페 <코튼글라세>, 그리고 <개항로 스튜디오>가 위치합니다. 약도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4번 공간부터 시계방향으로 둘러보기로 합니다. 계단 옆 틈새 공간에 재미를 담은 갤러리 <세토포스>입니다. 흑과 백의 조화가 눈에 띄는 전시가 진행 중이었는데요, 하얀색 페인트로 마감된 벽면과 천장, 바닥에는 하얀색 자갈이 수북이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정체 모를 블랙의 전시물, 쌍둥이같이 꼭 닮은 2개의 오브제가 거리 차이를 두고 마주 보고 전시되어 있습니다. 무엇을 표현하는 것일까요?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을 안고 다음 공간으로 넘어가 봅니다.
이곳의 <코튼글라세>는 최근 핫하게 떠오르는 아이스크림 맛집으로, 유기농 치즈 아이스크림과 진한 에스프레소 조합이 일품인 ‘아포가토’가 유명하다고 해요. 역시나 당시 건물의 내장재를 그대로 살린 실내 장식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한때로 우리를 안내하는데요, 시그니처 블루칼라 포인트 마감 장식, 통통 튀는 색감의 빈티지 가구와 소품, 조명이 발랄한 느낌을 전합니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물론 각종 굿즈도 판매하고 있답니다.
다음은 D. <휴게실> 공간입니다. 누군가의 방을 온 듯 아늑한 분위기, 카메라가 취미 혹은 직업인 듯한 방 주인의 갖가지 애장품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당연한 듯 살았던 디지털 세상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필름 카메라는 그 자체로 시간을 거슬러 추억의 한 페이지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옛 건물의 마감을 그대로 살린 공간의 꾸밈 역시 행복한 시간여행에 부스터가 되어 주네요.
휴게실을 나온 발걸음이 약도상 7번 공간으로 접어듭니다. 설명이 없었지만, 화려한 색상의 유리 화병과 패브릭 잡화, 그리고 각종 액세서리와 소품을 판매하는 공간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앞서 소개해 드린 일광전구의 조명 소품도 여기서 다시 보니 더욱 반갑습니다. 안쪽으로는 반려인, 반려견 사진관 <개항로 스튜디오>가 있어요. 반려동물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프로필 촬영을 진행할 수 있답니다. 벽면을 장식하는 스냅사진 하나하나 애정이 듬뿍 담겨있어 보는 것만으로 기분 좋은 힐링의 시간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옥상공간>을 가봅니다. 높은 담벼락에 철장으로 막힌 창문, 러프한 질감의 마감! 이 삼박자가 흡사 감옥을 연상케 하지만 이상하게 삭막함은 느껴지지 않는 오묘한 공간입니다. 에어컨 실외기 위 빼곡히 진열된 빈 술병도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하네요. 날씨가 좋은 날이면 가끔 이곳에서 파티를 열기도 한다고 해요. 그러고 보니 만국기처럼 설치된 전구가 보이네요. 해가 지고 어둑해지면 하나하나 밝혀질 전구 불빛을 그려보니 그 낭만적인 풍경에 절로 웃음이 지어집니다. 기회가 된다면 개항백화 옥상파티에 함께하고 싶네요.
<개항백화>는 ‘약속 30분 전에 잠시 기다리는 곳, 만남이 끝난 후에 30분 잠시 머무는 곳’으로 그 슬로건이 ‘B/A 30m’입니다. 방문객 모두가 재밌고,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기획 의도가 너무도 전달되는 공간이었답니다. 지금 <개항백화>로 놀러 오세요~!
Travel Tip. 개항백화
✔️ 인천 중구 개항로 104 2층 일부와 3층 전체
✔️ 매일 15:00~21:00 (매주 월요일 휴무)
✔️ 010-6337-7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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