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는 지난번에 이은, 적응이 안 되는 미국의 문화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이 글은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염두해 주시기 바랍니다. (^_^)
첫 번째는 ‘우산을 쓰지 않는 문화’입니다. 꽤 잘 차려 입는 정장 차림이 아니라면 거의 모든 사람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지 않은 이상 우산을 쓰고 다니지 않습니다. 특히,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애리조나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비가 많이 내린다는 서부나 시애틀 지역도 만찬가지라고 합니다. 이곳 애리조나에서는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간혹 소나기가 오는 날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때는 운전 시야가 방해되고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집을 나가지 않습니다. 사람들도 딱히 이유가 있지는 않으나 그냥 귀찮아서 안 들고 다닌다는 대답이 가장 많다고 하네요. 가끔 영화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오면 대부분의 배우가 그냥 비를 맞고 다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한국에서는 비를 맞으면 산성으로 인해 머리가 빠진다는 루머도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나는군요.
두 번째로는 물건 값 외에 ‘판매세(Sales Tax)가 더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것은 물건 가격표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판매세는 주별 혹은 시별로 서로 달라서 햄버거 세트가 10달러라 한다면 여기에 템피시의 판매세인 8.1%를 더해 10.81달러를 내야 합니다. 소액인 경우 별 차이가 안 나지만, 1,000달러짜리 아이폰을 산다면 여기에 81불을 더해 1,081달러를 내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러니 몇만 불을 호가하는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이 8.1%에는 애리조나주(States) 판매세 5.6%, 마리코파 카운티(County, 주보다 작은 행정 단위) 0.7%, 그리고 마지막 템피(Tempe)시의 판매세 1.8%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판매세가 없는 주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위쪽에 있는 오레곤(Oregon)주는 판매세가 없습니다. 더 세부적으로 오레곤주의 대도시인 포틀랜드(Portland)시 같은 경우도 판매세가 없는 도시입니다. 반면에 다른 소득세 등이 다른 주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어서 주 재정을 뒷받침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밖에도 알래스카, 델라웨어, 몬타나, 뉴햄프셔주가 판매세가 없어서 가격표에 나온 금액이 내가 실제로 내는 금액이 됩니다.
세 번째는 세금과 반대 개념인 ‘팁(Tip) 문화’입니다. 이미 너무나 유명하고 너무나 불편한 이 문화는 미국 현지인들에게도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불편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물가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져가는 팁 문화로 인해 이제는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인데요, 요즘은 저녁을 먹으면 계산서에 나오는 최저 팁이 20%부터 찍혀 나옵니다. 거기에 세금까지 더하면 부담이 되니, 가족 간의 단란한 외식은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코로나 이전에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에서 볼 수 없었던 팁이 이제는 카드 결제기를 들이밀며 팁을 선택해 달라고 하는 걸 보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입니다. 내가 내 차로 운전하면서 주문하고 물건을 받아가는데 팁을 내라니요. 한편으로는 종업원이나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이런 팁이 임금의 일부가 되기 때문에 탓할 수가 없습니다. 친절함에 비례해 어떤 경우에는 최저 임금보다 훨씬 높은 시간당 임금을 벌 수가 있으니까요.
현재 전 미국 연방의 최저 시급은 7.25달러입니다. 그러나 팁을 받는 임금 노동자의 경우 업주가 그에 반에 해당하는 시간당 4달러 정도를 주고 나머지는 팁으로 채워도 되는 법적 근거로 인해 종업원과 업주는 서로 상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빈 부분을 손님이 그날의 기분과 서비스의 질에 따라 채워주는 것이지요. 물론 본인이 서비스를 잘 받았다는 느낌이 없다면 안 줘도 되거나 아주 낮게 줘도 상관없지만, 종업원의 임금이란 걸 아는 사람들은 안 줄 수가 없겠지요. 그런데 솔직히 한국사람 입장에서는 음식을 주문받고 가져다주는 당연한 일에 왜 팁을 줘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긴 합니다.
마지막 하나는 ‘너무나도 불편한 의료 시스템’입니다. 이건 문화라고 하기엔 좀 거리감이 있지만, 일상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억지로 한번 넣어봅니다. 미국의 의료비가 천문학적인 것은 별도로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지만, 일단 감기몸살로 병원에 가려면 담당 주치의(Family doctor or Primary doctor)가 있는 경우에는 하루이틀 사이에 진료를 보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고, 주치의가 없는 경우에는 거의 일주일 정도는 기다려야 동네의원에 방문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감기가 나을 정도이지요.
아주 급한 경우에는 Urgent Care라는 곳이 있어서 한국식으로 순서대로 기다린 다음 진료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병원비도 매우 비싸서 정말 급한 경우가 아니면 가지 않지요. 그리고 이곳은 전문의가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또 다시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면 의사가 작성해준 진단서를 가지고 다시 전문의가 있는 의원으로 다시 예약해야 합니다. 그래서 상처를 꿰매야 하는 경우나 팔, 다리가 골절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큰 병원의 응급실을 가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병원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천문학적인 병원비가 청구됩니다.
한 예로, 필자 지인의 자녀가 타지에서 가벼운 교통사고가 났는데 그리 큰 부상은 아니었음에도 걱정되는 마음에 응급실에서 이것저것 검사하면서 하루를 묵었는데요, 병원비가 한화로 6천 만원이 나왔다고 합니다. 물론 보험이 있어서 본인 부담금은 현저히 줄어들지만, 결국은 오백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고 합니다. 정말 천문학적인 비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처럼 미국에서 살면서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들이 많이 있지만 어떤 것들은 살면서 끝까지 적응하지 못할 것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나라의 문화에 대한 평가가 옳고 그름이 없듯, 여기에 맞춰 살 수 있기를 기대하며, 두 번에 걸친 적응이 안 되는 미국의 문화 편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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