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일상을 달래는 사유의 공간
금호시민문화관 & 시인 문병란의 집
부쩍 낮아진 기온에 코끝이 시려오는 완연한 겨울입니다. 얼마 전 대장정을 마친 축구 국가대표팀은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선물했는데요, 마치 2002년으로 돌아간 듯 짜릿했던 시간은 입을 수 없는 기억으로 자리합니다. 안녕하세요, 앰코인스토리 가족 여러분! 이번 인천 & 광주 여행은 지친 일상을 달래는 사유의 공간, 광주 금호시민문화관과 시인 문병란의 집을 다녀왔습니다. 함께 가볼까요?
수목이 어우러진 도심 속 문화공간, 금호시민문화관
바삐 흘러가는 하루의 시간 중 문득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훌쩍 떠나버리면 좋으련만 녹록지 않은 현실은 일상에 발을 묶어두는데요, 그럴 때 찾기 좋은 도심 속 문화공간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여유로운 휴식 속에 즐기는 잠깐의 명상이 위로가 되는 곳, <금호시민문화관>으로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광주지하철 1호선 금남로 4가역 인근, 광주 구도심 금남로와 대인시장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문화관은 광주를 기반으로 성장한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 중 하나인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초대 회장, 故 박인천 회장이 살던 저택입니다. 중고 포트 택시 2대로 시작한 금호그룹은 이후 버스, 타이어, 항공, 건설까지 그 사업을 확장했고 결국 대한민국의 손꼽히는 재벌 그룹이 되는데요, 이곳이 시민들에게 개방된 것은 2018년 9월 5일입니다. 이후 도심 속 문화공간으로 인근 거주 시민뿐 아니라 근방의 직장인, 그리고 광주를 찾는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거듭났습니다.
도심 한 가운데 고즈넉한 고택은 시간이 멈춘 듯 평온을 가져다줍니다. 대문을 들어서자 한쪽으로는 한눈에 봐도 클래식함이 물씬 느껴지는 검은색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윤기가 반지르르한 것이 딱 봐도 고급 차임을 알 수 있는데요, 이는 1946년 4월 7일 故 박인천 회장이 처음 광주택시를 시작할 때 영업에 사용했던 차량이라고 해요. 1935년형 5인승 포드는 클래식한 느낌이 물씬 나는데요, 여기서 잠깐! 당시의 택시 영업은 오늘날과 달리 승객이 회사로 연락하면 정한 시간과 장소에 차를 대는 일종의 예약제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회갑연, 결혼식 등 특별한 날 택시를 대절해 시내를 한 바퀴 도는 것을 큰 호사로 여겼다는데요, 광주택시는 철저한 정비와 친절한 서비스로 그 인기가 폭발적이었으며 명품 택시로 그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답니다. 이러한 광주택시 성공을 발판으로 2년 뒤인 1948년 9월에는 광주여객자동차(주)가 설립되었으며 광주-장성 간 시외버스를 최초 운영함으로써 오늘날 금호고속의 시초가 되었다고 해요.
문화관은 건물은 크게 본채와 사랑채로 구분됩니다. 먼저 본채를 입장하기 위해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습니다. 한 기업을 일군 회장의 자택에 발을 내딛는 순간인데요, 오래되었지만 깔끔하게 관리된 집은 고즈넉하고 소박하기만 합니다. 무릇 대기업 회장의 집이라 하여 대단히 으리으리한 무언가를 상상했건만 의외의 모습은 금세 흥미를 자아냅니다.
본채는 어딘지 한옥과 일본식, 서양식을 교묘히 섞인 듯한 인상을 풍깁니다. 설명을 읽어보니 주택은 1931년에 한옥의 형태로 처음 건축되었고, 1951년부터 박인천 회장 내외와 가족이 거주하면서 몇 차 차례의 증개축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해요. 그리고 1958년에는 원래의 사랑채를 헐고 새로운 터에 2층 양옥 형태의 사랑채를 신축하였어요. 본채와 사랑채로 구분된 이 두 동의 주택은 우리나라 근현대 시기에 대가족이 함께 사는 구조로서 전통적 주거개념과 현대적 주택설계가 조화된 양식이라 할 수 있답니다.
자택 내부를 천천히 관람합니다. 집은 방 3칸에 거실 2칸, 주방 2칸, 총 7칸의 규모를 이루고 있는데요, 원래의 구조가 한옥을 기본으로 한 목조주택인 덕에 걸음걸음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거실 한 가운데, 고개를 들자 1931년 초기 건축 시의 마룻대(상량보) 구조와 상량문의 글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차례의 증개축에도 이는 없애지 않고 보존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곳에서 박인천 회장은 창업 초기 직원들을 초대해 식사하기도 했고, 서화의 명인들과 국악인들을 자주 초청하여 예술 활동을 격려하였다고 해요. 2개의 거실은 물론, 주방 또한 여느 대형 식당 못지않은 규모로 존재하는데요, 이는 이곳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발걸음하였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택 내부에서 창을 통해 밖을 바라봅니다. 오후의 햇살 속 초록은 더욱 빛나고 있는데요, 박인천 회장은 1977년 ‘영재를 기르고, 문화는 가꾸고’라는 슬로건으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설립하였습니다. 이에 재단은 이러한 유지를 이어받아 주변 토지를 확장하여 총 5,523.3㎡의 대지 위에 예술 조각품과 수목이 어우러진 도심 속의 시민문화공간으로 조성하였습니다.
사랑채는 본채에 인접해 있습니다. 1958년에 지어진 건물은 원래의 사랑채를 헐고 새로운 터에 2층 양옥 형태로 지어졌는데요, 이곳에서는 박인천 회장의 장남 내외가 머물렀다고 해요. 방 5칸에 거실 1칸의 구성, 문을 들어서자 사방이 목재로 마감된 현관과 쭉 뻗은 복도가 보입니다. 천장으로 샹들리에 조명이 햇살이 빛을 발하고 마루는 광이 번쩍입니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자 눈부신 햇살이 한번에 밀려옵니다. 볕이 참 잘 드는 집, 햇살에 행복이 무럭무럭 자랄 것만 같은 집에서 달콤한 신혼생활을 했을 아들 내외, 그리고 이곳에서 자식들을 키우며 알콩달콩 살았겠지요. 테라스에 나서니 주변으로 금남로의 빌딩들이 빼곡합니다.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힐링 공간이 절로 와 닿는 풍경입니다.
고즈넉하고 은은한 고택과 넓고 탁 트인 정원. 잘 정비된 마당으로는 작은 연못이 있고 그 속에는 잉어들이 노닙니다. 그리고 잔디밭 사이로 난 작은 길은 산책로를 이루고 있는데요, 마당 곳곳에는 진실스러움에 부응하다(조영자), 설레임(문옥자), 사람(김영중) 등등 유명 작가의 예술작품들이 배치되어 눈을 즐겁게 합니다.
Travel Tip. 금호시민문화관
✔️ 광주 동구 금남로 193-19
✔️ 매일 11:00 - 20:00 (5~8월)
✔️ 매일 11:00 - 19:00 (3, 4, 9, 10월)
✔️ 매일 11:00 - 17:00 (1, 2, 11, 12월)
✔️ 월요일 휴무 (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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