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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conductor/스마트 Tip

[자연에서 배우는 과학] 꿈의 소재, 거미줄

by 에디터's 2021. 7. 22.

거미는 위대한 과학자다!
인류 꿈의 소재, 거미줄

사진출처 : 픽사베이 https://pixabay.com

그저 평범하고 내성적이던 한 남자는 어느 날 특별한 거미에게 물린 후 독특한 능력을 갖게 됩니다. 남자의 손에서는 굵고 튼튼한 거미줄이 뿜어져 나오는데 이를 통해 건물과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기도 하고,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를 멈춰 세우는 등 초능력을 보이며 슈퍼히어로의 반열에 오릅니다. 그는 다름 아닌 2002년 영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스파이더맨입니다. 영화가 히트한 후 스파이더맨이 현실로도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실제로 제기되며 많은 이들이 거미줄에 주목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진출처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

과학자들은 거미줄이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강하면서 고무보다 유연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거미줄은 평소 길이의 3배까지 늘어나는 탄성력을 가진 것은 물론, 질기기까지 하여 방탄복을 만드는 데도 활용됩니다. 아직 이론일 뿐이지만 거미줄로 만든 로프는 비행 중인 제트 여객기도 낚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요. 게다가 거미줄은 인간의 면역체계를 자극하지 않아 인공 장기 소재로도 활용할 수 있고, 생분해성이 높아 환경에도 피해가 가지 않아 거미줄을 인공적으로 생산해낼 수만 있다면 꿈의 소재를 얻게 되는 일입니다.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과학기술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의 연구진은 거미줄이 가진 엄청난 강도의 비밀을 거미줄의 단백질 구조에서 찾았습니다. 거미줄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알라닌과 글라이신이라는 두 종류의 아미노산이 대부분인데 여기에는 우리 인체 내에도 풍부한 콜라겐(콜라젠)이 풍부하지요. 거미줄의 놀라운 탄성력과 유연성은 바로 이 성분들의 함유로 인한 것입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https://pixabay.com

일라닌과 글라이신 외에도 세린과 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이 중간중간 끼어 있는데요, 알라닌은 대표적인 소수성 아미노산으로 소수성 아미노산은 물을 피해 자기들끼리 뭉치려는 경향이 있어 이로 인해 거미줄의 단백질 구조는 안정적인 베타 병풍구조를 띠게 되어 더 높은 강도와 접착성을 갖게 됩니다. 아침이슬이 방울방울 맺힌 거미줄은 수많은 수소결합이 만들어낸 장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아이오와 스테이트 대학 연구진은 거미가 거미집의 틀을 만들거나 빠르게 강하할 때 사용하는 ‘드래그라인’의 열전도율이 매우 높다고 밝혔는데요, 이것은 실리콘이나 순수 철, 알루미늄보다도 뛰어나다고 합니다. 구리의 열전도율은 401W, 피부조직의 열전도율은 6W인 것에 비해 거미줄은 무려 416W! 거미줄보다 열전도율이 높은 물질은 다이아몬드 등 극소수라고 하니 허투루 보았던 거미줄이 다시 보입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https://pixabay.com

더 놀라운 것은 거미줄은 늘어트릴수록 열전도율이 더욱 높아졌다고 합니다. 거미줄의 굵기는 0,3㎜, 사람 머리카락의 1/15 정도로 얇은데 어떻게 이렇게 높은 열전도율이 가능한 것일까요? 연구원들에 따르면, 거미줄의 경우 나노 결정체를 포함한 단백질이 스프링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고 결함이 없는 분자구조이기 때문에 이 같은 열전도율을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 Sena Huh image (사진출처 :  https://www.purdue.edu)

지금까지 알려진 거미줄과 관련된 유전자만 해도 수백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미의 종도 4만 5,000여 종에 이르고 각각 수많은 진화를 거치면서 거미줄을 만드는 능력을 향상해 왔기 때문에 거미줄에는 엄청나게 발달한, 고도의 기술이 숨어 있습니다. 거미는 먹이 포획, 알 주머니, 이동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한 단백질들을 맞춤형으로 연결해 만들지요. 신축성을 높일 것이냐 강도를 높일 것이냐 등을 결정해서 말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고기능성 섬유인 거미줄을 우리가 활용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은 당연한 것이었지요. 과학자들은 거미줄을 인공적으로 생산해낼 방법을 꾸준히 연구해왔는데요,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은 2014년부터 거미 70종의 유전자 3,400개를 비교 및 분석하였고, 생각보다 더 많은 유전자가 거미줄 만들기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사진출처 : https://www.popsci.com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암실크 등 많은 기업도 거미줄의 분자구조를 활용한 생체섬유를 생산하고자 시도해오고 있지만 아직 큰 성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거미줄의 단백질 크기가 인체 단백질의 약 2배에 달할 정도로 커서 현재의 기술로는 복제가 어렵다는 것인데요, 크기가 따라주지 않으면 거미줄만큼의 강도와 탄성, 유연성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숲속을 거닐 때마다 성가신 거미줄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휘두르다가 그 질깃한 느낌에 더 불쾌했던 기억, 다들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 안에 이렇게 놀라운 과학이 숨어 있었다니 참으로 경이로울 따름이네요. 최근 누에나 대장균, 효모 등에서 인공 거미줄을 대규모로 뽑아내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는 만큼, 언젠가 거미줄을 활용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언젠가는 거미줄로 만든 여름철 쿨러닝 스포츠웨어를 입고 또 거미줄 밧줄로 매단 우주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가는 날이 오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