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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여행을 떠나요

[가족과 함께하는 세계여행] 미국 서부 자동차여행 12편, 나파밸리, 스탠퍼드대학교

by 앰코인스토리 - 2019. 1. 31.

와인을 좋아하는 필자가 미국 서부여행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나파밸리(Napa valley)였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그 이름, 나파밸리!

 

나파밸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로 샌프란시스코 북동쪽으로 약 60km 떨어진 곳에 있다. 이곳은 300곳 이상의 대규모 와이너리가 있으며, 소규모 와이너리까지 합하면 총 1,800여 곳 이상의 와이너리가 있는 곳이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가고 싶은 곳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포도밭 외에는 볼 것이 없는 아주 재미없는 곳일 것 같아 망설여졌다. 그렇다고 샌프란시스코까지 갔는데 나파밸리를 밟지 못하고 온다면 필자에게는 두고두고 많은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놓은 묘수가, 반나절만 가족과 떨어져 혼자 나파밸리를 다녀오는 것이었다.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는데 그동안 운전사 노릇 하느라 고생했다고 생각했는지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아내는 아이들과 샌프란시스코 과학관을 가고, 필자는 오전에 잽싸게 나파밸리를 들렀다 오는 일정이 확정된 것이다.

 

필자만을 위한 반나절의 값진 시간이 주어졌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렌터카 업체를 방문하여 새벽같이 차를 빌리고 나파밸리로 향한다. 필자가 방문하고 싶었던 와이너리는 할란 이스테이트(Harlan Estate) 와이너리였다. 필자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매년 와인을 구매하는 곳이라 방문하고 싶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여 상시 오픈된 몬다비 와이너리를 방문하기로 했다.

 

나파밸리에는 유명한 와인들이 셀 수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는 단연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와이너리일 것이다. 황무지나 다름없던 나파밸리의 진가를 알아보고 그의 인생을 바쳐 나파밸리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산지로 바꿔놓은 로버트 몬다비.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50년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국 와인이 프랑스 와인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높은 품질의 와인을 내놓을 수 있었다. 몬다비 와이너리에 가는 길에 할란 이스테이트 와이너리 사무실에 미리 주문해 놓았던 와인을 받아오기 위해 잠깐 들렀다. 길을 헤매다가 겨우 찾아간 할란 이스테이트 메인 오피스. 오래된 건물이긴 했지만 벽 전체를 덮은 담쟁이 넝쿨과 멋진 조화를 이루었고, 사무실 내부는 빈티지 가구로 아주 멋스럽게 꾸며져 정말 고급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다. 미리 연락을 해놓았던 터라 필자의 와인을 와이너리에서 사무실로 가져와 사무실 셀러에 잘 보관하고 있었다. 직원이 어찌나 친절하게 대해주던지.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 담쟁이가 아름다운 할란 이스테이트 오피스

 

옐로우 스톤에서 먹으려 미리 주문해 놓은 할란 이스테이트 세컨드 와인 메이든 2006. 와이너리 셀러에서 직접 가져온 싱싱한 와인이다.


 

 

 

지인이 추천해준 햄버거 가게에 들러 간단하게 아점을 해결하고 몬다비 와이너리를 향해 출발한다.

 

 

어? 길을 가다 보니 오른편에 하이츠 와이너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냉큼 안으로 들어가 본다.

 

 

하이츠 와이너리도 파리의 심판으로 유명해진 미국 와인이다.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더니 테이스팅 할 거냐고 물어본다. 이런! 이 유명한 와인을 공짜로 먹을 좋은 기회인데, 운전해야 해서 눈물을 머금고 “No, Thanks.”를 젠틀하게 외치고 건물 뒤뜰로 나가본다.

 

 

건물 뒤에는 이렇게 가지런하게 정리해놓은 포도밭이 펼쳐진다.

 

 

어린 포도나무 잎이 너무나 앙증맞게 예쁘다. 흠, 이것이 카베르네 소비뇽 잎인가?

 

 

포도밭만 구경하고 차를 몰아 몬다비 와이너리로 가는데 시음도 못 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와인이 바로 공짜 와인인데, 나파밸리까지 와서 와인을 한 모금도 못 먹다니. 그러나 어찌하랴. 여기서 음주운전 하다 걸리거나 사고라도 나면 여행 자체가 끝나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몬다비 와이너리에 도착했다. 이 와이너리도 역시 무료 시음 프로그램과 투어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필자는 그저 인증샷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상징인 삼각형 건물 앞에 검은 조각상이 있다


와이너리가 정말 크고, 너무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있다.

 

 

포도밭 앞 푯말에는 ‘To Kalon Vinyard’라고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토 칼론은 그리스어로 ‘빼어나게 아름답다’는 뜻으로 나파밸리 최고의 빈야드(포도밭) 중 하나이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몬다비 와이너리의 포도들을 보니, 멋진 레드와인으로 다시 태어날 꿈에 부풀어 있는 것 같다.

 

 

더 머물러 봤자 시음도 못 하고 아쉬움만 더할 것 같아서 서둘러 자리를 뜬다. 득템 와인이 있는지 나파밸리 시내에 있는 와인샵들을 둘러보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구매하진 못했다. 대신 플라스틱 와인잔과 와인 보호커버를 사 들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야 했다.

미리 약속했던 장소에 시간에 맞춰 도착하자 아내와 아이들이 반갑게 맞는다. 필자가 나파밸리를 다녀오는 동안 아내와 아이들은 샌프란시스코 과학관에 들러 많은 체험을 하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하니 나쁘지 않은 계획이었던 것 같다.

 

다음 목적지는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있는 스탠퍼드 대학교다. 여행하면서 아이들에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교를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여행 코스에 넣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40분 정도 달리면 닿는 그 이름도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교. 학교에 도착해서 둘러보니 학교가 무슨 박물관처럼 보였다.

 

 

건물에 들어가기도 하고 도서관 앞에서 사진도 찍어본다.

 

 

 

학교를 둘러보고 학교 기념품 가게에 들러서 스탠퍼드 로고가 큼지막하게 그려진 티셔츠 하나씩 사주고 밖으로 나왔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커서 대학생이 되었을 때 교환학생이나 대학원생으로 스탠퍼드에서 공부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행복한 꿈을 꾸어본다.

 

반나절 동안 둘러본 나파밸리, 그리고 오후에 잠시 둘러본 스탠퍼드 대학교.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정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나중에 은퇴 후 기회가 된다면 나파밸리는 한 번 더 들러 보고 싶다. 그때는 공짜 와인을 원도 한도 없이 마셔보리라. (^_^) 내일부터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가기 위한 또 다른 긴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