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미국에 살면서 서로 다른 문화로 인해 불편함이나 이해 못하는 상황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그 나라의 오랜 동안의 문화이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적응이 안 되는 것들도 많이 있기 마련입니다. 자기가 살아온 문화와 다르다고 해서 불평을 하기 보다는 그에 맞게 적응하면서 살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쉽게 적응하기 힘든 미국 문화들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로, 바람직한 문화이기도 한 ‘칭찬에 인색하지 않는 문화’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도 그 사람의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에 대해 이쁘다는 등 어디서 그런 멋진 옷을 구매했냐는 등의 칭찬들을 항상하고 다닙니다. 평소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끼리도 작은 변화만 보이면 칭찬을 하기 일쑤입니다.
예를 들어, 빨간색 스웨터를 입고 출근하니 동료가 색깔이 너무 이쁘다고 너무 잘 어울린다고 치켜 세우는 것은 자동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또한, 업무 미팅 시간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서로 시간이 맞다고 하면 “Great!” 또는 “Perfect!”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줍니다. 단지 미팅시간 조율 같은 아주 간단한 일인데도 말이지요. 마치 자그마한 것도 서로를 배려해주는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기다림에 대해 너무 당연시하는 문화’입니다. 빨리빨리에 익숙해지고 이에 맞게 살아온 한국 사람들에게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문화 중 하나입니다. 일반 동네식당에서 30분 이상 기다리는 것은 어디를 가나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식당 입구 빈 의자에 앉아 자기 순서가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최근에 필자도 동네식당에 예약없이 무심코 갔는데 40~50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그냥 나왔는데요, 한쪽에 무수히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참 한국인과는 정말 다른 문화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별한 음식점도 아니고 그냥 흔히 어느 동네에 있는 일반 음식점인데도 이런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관공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일 많이 찾아가는 곳이 자동차 운전면허 발급기관인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인데, 이곳은 미국인들도 인정하는 정말 기다림의 끝판왕이라 합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면 목적에 상관없이 긴 줄을 서야 합니다. 중간쯤 오면 직원이 목적에 대해 묻고 운전면허 재발급을 원하고 사진을 찍는 곳으로 줄을 세우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일반 줄도 다시 세웁니다. 이미 인터넷으로 예약까지 하고 왔는데도 이런 상황입니다. 각 줄에 맞게 섰다 하더라도 담당자들의 일처리가 너무나 느려서 자기 순서까지 오기를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최소 반 나절은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약 8년 전에 나왔던 인기 디즈니 만화영화인 <주토피아(Zootopia)>에 나왔던 DMV의 나무늘보의 슬로모션 같은 서류 타이핑의 장면이 일처리가 느린 DMV를 희화한 거라 하네요.
또다른 적응이 안 되는 문화가 있는데요. 여기저기 아무 장소에서나 맡을 수 있는 마리화나 냄새입니다. 담배 냄새도 아니고 그렇다고 쑥 찜질용이나 종교 행사용 향도 아닌 뭔가 기분이 좋지 않은 이상한 냄새를 자주 맡았었는데요, 그게 마리화나였습니다. 이웃집 담벼락 너머에서도 나기도 하고 심지어는 테니스 코스에서도 냄새가 바람을 타고 오기도 하는데, 이 냄새는 전파성이 아주 강합니다.
도박의 도시라는 라스베이거스는 길거리에서 항상 나는 냄새로 유명하기도 하지요. 미국은 대부분의 주(State)에서 마리화나가 합법이기 때문에 미성년자만 아니면 아무나 피울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마초라고 해서 마약류로 포함이 되어 강력한 법적 제재를 받지만, 이곳에서는 흡연이나 기타 의료용으로 마리화나가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정말 경각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한국인에게는 정말 바람직하지 않는 미국 문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있습니다. ‘쓰레기 분리수거’입니다. 한국은 정말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들게 분리수거가 철저한 나라입니다.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 매립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등이 세분화되어 있고, 아파트 단지에는 대여섯 가지로 분리수거를 하고 있지만, 미국은 매립용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딱 두 가지입니다. 가장 선진국이라고 여겨지는 미국이 쓰레기 분리수거에 허술하게 대처하는 것 같아 가장 놀라는 것 중에 하나였습니다. 물론, 다른 주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분리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주 극히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일반 단독 주택지는 큰 드럼통 사이즈의 검정색의 매립용 쓰레기통과 파란색의 재활용 쓰레기통이 있어서 서로 다른 날 일주일에 한 번씩 수거를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당연히 매립용 쓰레기 봉투에 담아서 버리고, 수거 비용도 지역별로 정해진 가격이 있기 때문에 쓰레기의 양에는 구애받지 않습니다. 파란색 재활용 쓰레기통도 플라스틱, 병, 종이류 할 것 없이 모두다 한꺼번에 버립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수거 트럭이 쓰레기통을 트럭 높이 이상으로 올려서 내용물을 뒤집어 떨어뜨리는 방식이라 그 안의 병들이 모두 깨지고도 남을 것 같은데 어떻게 재활용을 할런지 의구심이 들긴 합니다.
마지막 문화는, ‘집 안에서 신발을 신는 문화’입니다. 지난 호에서도 소개해 드렸는데요,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정말 적응이 안 되는 미국 문화입니다. 요즘은 많은 가정에서 신발을 벗고 지낸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들은 여전히 신발을 신고 지냅니다. 아들 친구들이 가끔 집에 놀러 올 때면 그냥 신발은 신은 채로 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마다 제지하고 신발을 벗어달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저런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위생적으로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데도 쉽게 변하지 않는 문화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물론, 반대로 초대받는 입장에서는 내 발을 남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고 패션의 일부이기 때문에 예의에 맞는다고도 할 수도 있겠지만, 외부의 온갖 세균으로 범벅인 신발을 실내에서까지 신고 다니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인 것 같아요.
자, 이번 호는 여기까지 정리해보고, 다음 호에서 적응하기 힘든 다른 미국 문화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무더위 조심하시고요, 파이팅!
※ 사진출처 : 어도비 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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