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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여행을 떠나요

[가족과 함께하는 세계여행] 바흐알프제 하이킹, 멘리헨전망대

by 앰코인스토리.. 2024. 4. 30.

(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바흐알프제 호수 벤치에서 휴식을 취한 후,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오전과는 다르게 어디선가 구름이 많이 밀려온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관광객을 위해 잘 닦아놓은 길이 있지만, 그 위로 오솔길도 나 있다. 둘째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그래, 인생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는데, 남들이 가지 않는 곳에 꽃길이 있을 수 있단다.

 

바흐알프제 호수로 가는 길은 꽃이나 소를 보면서 걸었다면, 돌아오는 길은 원 없이 알프스의 명산들을 볼 수 있어 좋다. 아이거(3,970m), 뭰히(4,107m), 융프라우(4,158m) 등 이름만으로도 산악인들의 가슴을 흔드는 명산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꿈같은 하이킹 코스다. 구름이 없이 쨍한 날에는 얼마나 멋질까!

 

알프스의 여신이 심술을 부리는 건지 온전한 알프스 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도 몰려드는 구름 때문에 쉽지 않다. 일광욕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스위스 소 한 마리. 이 녀석아, 똥을 밟고 있으면 어쩌냐.

 

알프스산에는 수많은 트래킹 코스가 있지만, 필자가 선택한 피르스트-바흐알프제 호수는 무릎이 좋지 않거나 아이들을 동반한 여행객에게는 안성맞춤 코스다.

 

내려가는 길에 들른 피르스트 레스토랑. 알프스의 명산들을 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많은 관광객이 들르는 곳이다. 아이들은 핫초코를, 필자는 에딩거 맥주를 한 잔한다. 크! 천국이 따로 없다.

 

짧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피르스트 곤돌라 승강장까지 걸어가는 중간에 플라이어 타는 곳을 만났다. 한참을 기다려야 순서가 오는, 인기 있는 액티버티다. 탈 것에 앉기 전에 짧은 안전교육을 받고 출발선에 앉아 벨트를 매면 준비 끝.

 

“슝!”하고 순식간에 아래로 사라진 여행객들. 여행객들이 타고 갔던 탈 것을 어떻게 다시 들고 오나 궁금했는데, 탈 것이 로프에 매달려 다시 위로 회수되는 시스템이다.

 

알프스까지 왔으니 플라이어는 타고 가야겠다 싶었다. 아이들만 태워주기로 하고 우리 부부는 걸어 내려갔는데, 대기 인원이 많아 우리가 도착한 후 한참을 기다리니 아이들이 탈 것을 타고 내려온다. 사진에 즐거워하는 모습을 담아주고 싶었지만, 내려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 실패하고 말았다.

 

곤돌라 승강장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곤돌라를 타고 그린델발트로 내려온 후 이제는 멘리헨 전망대 곤돌라 탑승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타러 간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보았던 통돼지구이. 쇠 꼬챙이로 메달아 놓은 돼지 한 마리를 이렇게 가까이서 자세히 보기는 처음이다. 그 모습이 너무 리얼해서 차마 사진을 올릴 수가 없다.

 

멘리헨 전망대까지는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지금 시간이 오후 2시 50분이라 아이거 북벽을 보는 하이킹이 충분히 가능한 시간이다. 산 아래 날씨는 그럭저럭 괜찮으나, 산 위쪽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고 이따금씩 빗방울이 떨어진다.

 

곤돌라를 타고 멘리헨 전망대로 출발! 순식간에 정상을 향해 달려 올라가는 우리의 곤돌라.

 

멘리헨 전망대에 도착하고 보니 이렇게 안개가 짙다. 준비해 간 점심을 먹고 조금 더 기다려 보지만, 구름에 갇혀 앞이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날씨는 더 악화되는 것 같다. 이렇게 날씨가 좋지 않으니, 걷는다 해도 아이거 북벽을 볼 수 없을 것이고, 만약 길이라도 잃게 되면 조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 슬며시 걱정스러운 생각이 든다.

 

다른 관광객들도 하산을 서두르는 모습이라 하이킹은 여기서 접기로 한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늘 오전 피르스트-바흐알프제 호수 하이킹은 성공했으니 다행이다.

 

그래, 놀이기구라도 실컷 타렴.

 

계획보다 일찍 숙소에 도착했다. 스위스 숙소는 참 좋았는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세탁기나 건조기가 없다. 그 조건이 반영되어 숙박비가 조금 저렴하긴 했지만 좀 불편한 건 사실이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코인 빨래방이 있는 인터라켄으로 출발한다. 빨래방에 빨래를 넣어놓고 기다리는 동안, 어슬렁어슬렁 동네 구경을 해본다.

 

베른도 그렇고, 인터라켄도 그렇고, 물이 정말 사납게 흐른다.

 

돌아가는 길에 식료품 가게인 COOP에 들러 돼지고기와 채소를 샀다. 오늘 저녁은 삼겹살 구이다. 스페인에서 사 왔던 후안 길 실버 와인과 함께 먹는 삼겹살 구이! 정말 꿀맛이다. 우리 부부는 와인을, 아이들은 각자 좋아하는 음료수로 건배를 하며 식사를 즐겼다.

 

내일은 스위스 여행 마지막 일정이다. 부디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참으로 걱정이다. (다음 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