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다시 힘을 내다!
폐기물 에너지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수많은 바다생물이 바닷속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진들을 접하곤 했습니다. 1950년 약 200만 톤이던 플라스틱 생산은 2020년에 이르러 약 4억 톤까지 늘어났습니다. 70년 만에 200배에 가까운 플라스틱이 생산 및 소비되었고, 이중 60%가량은 매립되거나 자연으로 그대로 버려지고 있지요. 비단 플라스틱 쓰레기만 문제가 아닙니다. 2018년 기준 인류의 전체 쓰레기 배출량은 연간 20억 톤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중 재활용되는 것은 약 16%에 불과하지요.
이 많은 쓰레기는 모두 어디로 갈까요? 선진국에서 발생한 쓰레기의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으로 보내집니다. ‘재활용 자원’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되어서 말이지요. 그렇다면 개발도상국은 쓰레기를 과연 제대로 관리하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합니다. 개발도상국에 떠넘겨진 많은 쓰레기는 처리능력 부족의 현실로 자연에 그대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쓰레기들은 자연 곳곳에, 우리 눈이 닿지 않는 곳까지 깊숙이 침수하여 동식물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 쓰레기들을 처리함과 동시에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 신재생 에너지는 단순히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여러 형태의 에너지로도 만들 수 있어 활용도 또한 매우 뛰어나지요. 쓰레기 처리와 활용도 높은 에너지 생산,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 신재생 에너지는 바로 ‘폐기물 에너지’입니다.
폐기물 에너지 기술은 사업장 또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가연성 폐기물 중 에너지 함량이 높은 폐기물에 몇 가지 가공 처리하여 고체 연료, 액체 연료, 가스 연료, 폐열 등을 생산하고 이를 다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만드는 기술을 말하는데요, 폐기물 에너지에는 고형 연료, 열분해 가스화, 열분해 유화, 소각 폐열로 크게 네 가지 종류로 구분됩니다.
첫 번째로 SRF(Solid Refuse Fuel)라고도 하는 폐기물 고형연료제품은 가연성 폐기물을 선별하고 가공하여 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든 것을 이르는데요, 가연성 폐기물이란 말 그대로 태울 수 있는 쓰레기를 말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종이, 박스, 섬유, 고무 등이 여기 해당되지요. 가연성 폐기물에서 수분과 불연성 성분들을 제거하고 파쇄, 분쇄, 건조, 이물질 선별, 탈취, 성형 등의 과정을 거칩니다. 불연성 성분이 고형연료에 남아있게 되면 에너지를 생산할 때 에너지 전환 효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열분해 기술은 무산소 또는 저산소 조건에서 폐플라스틱, 폐합성섬유 등의 고분자 폐기물에 높은 열을 가하여 기체나 액체로 분해하는 것으로 이 물질은 합성가스 또는 액상의 연료유와 같은 에너지원과 거의 유사합니다. 따라서 이 물질을 희석하고 정제하여 휘발유 또는 경유와 같은 연료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학제품의 원료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을 가열하여 다시 원 상태로 만드는 것이어서 ‘도시 유전’이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열분해 기술은 폐플라스틱의 소각과 매립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술로도 알려져 있지요. 현재는 열분해를 통해 폐플라스틱을 처리하는 것이 1% 미만이지만 2030년까지 10%로 높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금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 또한 연구 개발 중인데요,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폐비닐로부터 오일을 친환경적으로 생산해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일정한 온도에서 최대의 오일 수율을 얻을 수 있도록 원료 처리량을 3배 이상 높인 기술이라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폐기물 에너지에서 가장 널리 적용되고 있는 것은 소각 열에너지 기술입니다. 이는 폐기물을 소각 처리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여 스팀, 온수, 전기 등의 다양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민간 소각 전문 시설에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처리한 폐기물량은 2,022만 톤에 이르며, 이 소각된 폐기물을 통해 4,571만Gcal의 에너지를 생산하여 1,212만 톤가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에너지를 사용하고자 하는 노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활발히 진행 중인데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하여 미국의 여러 기업에서도 폐기물 에너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수거하여 에너지로 만드는 기업 ‘콘바타(Convata)’가 주목됩니다. 이곳에서는 미국, 캐나다뿐만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 등 세계 주요 국가에 40여 개에 달하는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을 통해 기업 폐기물을 수거 및 소각해 발생하는 증기를 활용하여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생산시설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은 상당하다고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뉴저지 생산시설에서는 1만8,000가구에 공급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하네요.
폐기물 에너지에 관련하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유럽의 환경 선진국 핀란드에 기술 수출을 하는 자랑스러운 우리 기업도 있습니다. 친환경 폐비닐 폐플라스틱 재활용 신기술을 가지고 있는 ㈜도시유전은 핀란드의 친환경 혁신도시인 에스푸와 바사에서 발생하는 폐비닐 폐플라스틱을 자사 기술로 재활용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도시유전에서 자체 개발한 이 기술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기존의 고온 열분해 기술과 달리 세라믹 볼의 파동에너지로 폐플라스틱의 분자구조만 끊어내기 때문에 저온에서 비연소 처리가 가능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한다고 하는데요, 뿐만 아니라 불가피하게 섞인 폐종이를 분류 없이 통째로 처리해도 고품질의 기름을 추출할 수 있다고 합니다.
풍력 발전, 태양광 발전, 해양 발전 등 자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무한한 에너지의 가능성을 약 1년여간 탐구해보았습니다. 최근의 이상기후와 환경 문제는 이제 화석에너지에서 재생 가능한 녹색 에너지로 조속히 나아가야 함을 시사합니다. 신재생 에너지 중에는 에너지가 가진 한계도 있었고, 아직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도 있었습니다. 이번 달로 신재생 에너지 시리즈는 끝이 나지만 우리가 여전히 신재생 에너지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에너지 걱정 없는 세상,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의 기술로 이뤄지길 소망하며 신재생 에너지 시리즈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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