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철학,
작은 일상에 큰 철학을 녹여내는 법
우리는 책이나 영상을 통해 지식을 습득합니다. 하지만 책이라는 미디어와 영상이라는 미디어는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요. 책을 통해 우리는 특정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들며, 천천히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합니다. 책을 읽는 동안 충분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나의 해석을 곁들일 수 있지요. 하지만 책을 온전히 읽으려면 충분한 독서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독서할 시간을 내기가 빠듯합니다. 그에 비해 영상은 텍스트뿐만 아니라 시각과 청각 모두를 자극하는 다양한 구성으로 우리의 학습을 도와줍니다. 주제에 대한 생생한 영상과 차분한 목소리를 더해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핵심을 짚어주지요. 하지만 적극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고 깊이 있는 성찰을 도와주는 독서에 비해, 영상이라는 미디어는 우리를 수동적으로 만듭니다.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주제가 뭉툭해지거나 주제와 동떨어진 흥미거리로 우리를 산만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미디어마다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장점을 충분히 살린다면, 우리는 각각의 미디어에서 더욱 다채로운 주제를 탐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으로 읽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과학이나 철학 분야를 다루는 유튜버들이 의외로 인기가 좋은가 봅니다. 유튜브 영상으로 사주를 보거나 메이크업을 배우는 사람도 있고, 자기계발이나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만큼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철학 유튜브 채널은 복잡한 철학적 아이디어를 일상생활이나 대중문화와 엮어서 쉽게 알려주기 때문에 은근히 매력적입니다.
철학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가 쉽고 재미있는 철학 콘텐츠를 엮어서 책으로 펴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직장인 출신 철학 유튜버와, 철학은 일상의 언어로 쉽게 설명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젊은 철학 유튜버, 두 분의 책을 소개합니다.
삶의 의미를 되묻는 26가지 스토리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
김필영 지음 | 스마트북스
철학 유튜브 <5분 뚝딱 철학>을 진행하는 김필영 저자는 굉장히 재미있는 이력을 가졌습니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직종에서 30년을 근무했습니다.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 커피를 한 잔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남들과 다르지 않은 일상이었지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면서 동료들과 삼겹살에 소맥을 즐기던 평범한 일상이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괴롭고 때로는 권태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다음날 아침 쓰린 속을 붙잡고 출근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 “나는 왜 이러고 있는가?” 그는 직장을 다니면서 뒤늦게 철학을 공부해 한국외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합니다. 그리고 유튜브 <5분 뚝딱 철학>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철학이라는 학문은 왠지 모르게 우리의 현실과 굉장히 멀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단 5분 만에 한 철학자의 사상을 요약하고 쉽게 설명해준다면 거리감이 꽤 줄어들겠지요.
삶은 순간순간 비극적 사건으로 채워져 있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하나의 희극에 불과하다고 하지요. 가까이 보느냐 혹은 멀리 보느냐에 따라 삶은 비극이 되기도 하고 희극이 되기도 합니다. 유튜브에서 철학을 편안하게 접하도록 도와주었던 저자는 책에서도 비극적인 일상과 희극적인 철학을 쉽게 이어줍니다. 저자는 지하철을 타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하는 삶의 평범한 여정 속에서 마주친 비범한 순간들을 스물여섯 개의 이야기 속에 담았습니다. 카뮈를 예로 들어 반항심을 설명하고, 「고도를 기다리며」를 분석하며 기네스를 마십니다. 히스테리 증상이 있던 안나를 치료한 프로이트와 브라이어 박사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영화 <헤어질 결심>과 카프카의 「변신」을 비교하는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철학책인지 에세이인지 모를 정도로 이야기의 흡입력이 대단해서 책 한 권을 뚝딱 읽게 됩니다.
내 삶의 기준을 만드는 철학의 쓸모
「어떤 생각들은 나의 세계가 된다」
이충녕 지음 | 위즈덤하우스
저자 이충녕은 철학 유튜브 채널인 <충코의 철학>을 운영하면서 여러 권의 책을 낸 젊은 철학자입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석사를 수료했어요. 먹고 사는 일이 최우선으로 되어 버린 자본주의 사회,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철학’이라는 학문의 위치가 ‘경제’나 ‘로스쿨’에 비해 꽤 폄하되고 있다는데 동의하시나요? 그렇다면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베를린에서 공부를 하는 청춘에게 철학은 어떤 가능성이었을까요? 우리는 철학이라는 말만 들으면 나와 전혀 동떨어진 시대에서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나 정반합을 도식화한 헤겔을 떠올리면서,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철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심리적 장벽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유튜브를 통해 일상의 문제를 철학적이지만 쉽게 설명합니다. 철학자들도 평범한 일상을 살던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일상적 경험이 철학이 되었으므로, 철학은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하지요. 철학은 결코 삶의 실질적인 문제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철학이 난해한 것은 독자의 잘못이 아니라 철학자의 잘못이라고 꼬집으면서, 평범한 생활 속에서 철학적 가치를 발견하는 이야기를 씁니다. MBTI를 예로 들어 재미철학자 김재권의 자유의지를 설명하고, SNS가 나쁘지만은 않은 이유를 발터 벤야민을 들어 설명합니다. 왜 열심히 사는 삶을 의심해야 하는지, 행복에는 왜 정답이 없는지, 사람들의 생각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상충되는 철학자들의 의견 중에서 어느 쪽에 손을 들 것인지 책을 읽으며 사유의 폭을 넓혀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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