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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음악감상실] 외로울 때 듣는 클래식 음악

by 앰코인스토리.. 2024. 6. 26.

여행을 다녀오면 마음 속에서 한구석이 빈 것 같은 느낌이 생겨납니다. 낯선 곳에서의 소란스럽고 분주하며 호사스럽던 마음이 차분해질 겨를도 없이 빈틈으로 외로움이 파고 듭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외로움을 더 느낀다고 하지만, 현대 심리학자들의 보고서를 보면 젊은이들이 외로움을 더욱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특히, 학창시절에서 갓 벗어난 사회 초년생들에게서 외로움이 많다고 하지요. 내 곁에 있던 내 편이 없어짐으로 기대와는 다른 고립감이 몰려오는 것이라고 하겠지요. 그러다 보니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많이 키우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외로움은 강요된 감정이 아닐까 합니다. 고독(孤獨)은 자신을 개인적인 생각에 고립시키는 것인 반면, 외로움은 외부 압력에 의해 사회로 떠밀려 혼자가 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라사테 <작별> Sarasate: Les Adieux Op.9

영상출처 : https://youtu.be/EtLy478dYgE

 

사회성이 활발한 사람일수록 외로움 감정에 자주 빠지게 됩니다. 참여 중인 프로젝트가 갑자기 중단되는 등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부지불식간에 소외되는 상황에 처하는 자신이 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로움과 마주하게 됩니다. 마주한 외로움은 상당히 낯선 경험입니다. 예기치 않았고 계획되지 않았기에 더욱 어려운 상대인 것입니다. 마치 유령과 마주친 상대 같습니다.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No.5 “유령” 2악장 Beethoven : Piano Trip No.5 D Major “Ghost” Op.70 2nd Largo Assai

영상출처 : https://youtu.be/BS1QUGJGxes

 

젊은이들조차도 현대사회에서는 이러한 외로움에 시달리는데, 하물며 직장이라는 버팀목이 사라지고 소통능력도 부족하고 가족관계도 소원해지는 중장년이라면 외로움을 일종의 질병으로 등재하는 것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실제적으로 이러한 외로움은 우울증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갱년기를 맞이할 때 여성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량이 감소되고 이는 짜증과 우울을 불러일으키며 남성호르몬의 증가로 거칠고 공격적이 됩니다. 자녀로부터 조금만 서운한 말을 듣게 되면 서운해하거나 분노를 표출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외로움으로부터 전이되어 온 마음의 구석구석을 차지하는 우울증을 겪는 50대에게는 ‘빈둥지증후군’이 나타나게 된다고 합니다. 자녀의 독립으로 인한 허전함이 상실감, 허탈감, 무기력을 만들어내고 최악으로는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세상에 오로지 나와 달빛만 존재하는 어둠 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 같을 겁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2악장 Beethoven Piano Sonata No14 “ Moon Light” Op27, 2nd

영상출처 : https://youtu.be/ITidiBe-0T0

 

하지만 이러한 외로움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으로서는 주변으로부터 철저히 분리시키는 상황이 필요합니다. 너무나도 바쁘고 힘든 스트레스가 나와 동행하고 있다면 이와는 잠시 이별을 통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동행자는 자신을 압박하고 잠시도 쉴 틈이라는 것을 내주지 않고 괴롭히는 애증의 동반자입니다. 현실을 살아가고자 어쩔 수 없는 동행을 선택했지만, 가끔은, 아니, 새로운 동행이 필요하다면 안녕을 이야기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잠시 외로움과 친구를 맺어야 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외로움과 산책을 하거나 외로움과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마주앉아 명상을 하거나, 외로움을 배낭에 우겨 넣고 산을 오르면서 세상과의 이별을 즐겨보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활력소입니다.

쇼팽 에튜드 Op.10 No.3 이별의 노래 : Chopin: Etude op.10 No.3 “Tristesse”

영상출처 : https://youtu.be/xgzzedM1bHY

 

세상에는 둘이 짝을 이루어 조화롭게 역할을 하는 것이 많습니다. 사람에게는 눈과 귀와 팔다리가 짝을 지어 삶을 적절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하늘과 땅, 밤과 낮, 남자와 여자, 따뜻함과 차가움, 남쪽과 북쪽과 같이 주변을 돌아보면 홀로 외로이 세상은 움직이는 것은 없습니다. 외로움은 자신의 생각으로 만들어낸 허구이며 머리 속으로 지어낸 상상 속의 존재인 것입니다.

외로움이라는 단어에 대해 반대말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 이유가 머리 속에서 만들어져 실체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 행복의 반대는 불행과 같이 실체가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으로서 사회적 관계를 성립시켜주는 것들은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외로움은 나와 내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허상인 것 같습니다.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 Franz Schubert “Arpeggione” Sonata D821

영상출처 : https://youtu.be/8CW6S4gRahY

 

허상(虛想)은 깊이가 없습니다. 여기 빠지면 반대되는 비교 대상이 없어 끝없이 빨려 들게 됩니다. 미움은 사랑이 있어 극복이 되고 불행은 행복이 있어 다시 웃을 수가 있습니다. 차가울 때는 따스함이 있어 포근함을 알게 되지만 외로움은 붙잡아줄 반대말이 없어 헤어나올 수가 없는 것입니다. 외로움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면 빠져나올 디딤돌은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돌아오는 등산로를 정해놓고 산을 오르는 것 같이 반드시 돌아올 수 있는 무엇인가를 정해놓기를 조언해 드립니다. 외로운 생각에 깊숙이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습니다. 얕은 물이 빠져나오기 쉽듯이 외로움도 얕은 생각에서 만나시기 바랍니다.

드뷔시 아라베스크 모음곡 No.1 : Debussy “Deux Arabesques” L.66 – No.1 Andante Con Moto

영상출처 : https://youtu.be/lykFWJirapo

 

현대사회는 개인주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개인이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 전체를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여 돌아가는 사회의 부품이 인간인 것입니다. 외로움은 이러한 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바이러스처럼 보일 것입니다. 부속품인 인간이 외로움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사회라는 기계는 움직임이 둔하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 펜더믹과 같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격리와 이동이 제한되어 일상이 바뀌는 전례 없는 경험을 했듯이, 인간은 이제 주변 환경과 어울려 개인의 이익을 얻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나 하나쯤이야 없어도 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나의 부재로 인해 누군가는 그 부족함을 메꾸어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아주 불편하고 껄끄러운 관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너무 깊은 외로움이 빠지지 마시고 헤쳐 나올 수 있는 얕은 외로움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모짜르트 플룻과 하프를 위한 협주곡 2악장 Mozart : Concerto for Flute and Harp KV299 ( 2nd Movement)

영상출처 : https://youtu.be/00iO7FXWhx8

 

※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