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발견들
2편
What’s in my bag? 지금 여러분의 가방 안에는 몇 가지의 휴대용 전자기기가 들어 있나요? 스마트폰은 물론이요,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태블릿, 노트북, 여기에 날씨가 더워지면서 작은 손 선풍기까지, 그 기능도 다양한 초소형 스마트기기들이 작은 가방 안에 다 들어가 있을 텐데요. 크기가 작아진 덕분에 어딜 가도 들고 다닐 수 있게 된 이 휴대용 전자기기들은 우리 일상을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바꾸어 주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작은 크기로 전자기기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초소형 배터리가 개발된 덕분이기도 합니다. 일차 전지와 달리 재충전이 가능하여 오래가는 수명과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는 ‘리튬이온전지’는 1990년 첫 대량 생산 이후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활발히 활용되는 2차 전지입니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외에도 최근에는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장치(ESS), 항공 등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지요.
리튬이온은 전자를 쉽게 받아들이고 내어놓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배터리 소재로 매우 적합합니다. 이온화가 활발해 전자가 많고, 거꾸로 전자를 넣어주면 다시 빠르게 안정화되며, 다른 금속에 비해 가벼워 기존에 사용되던 납이나 니켈보다 배터리로서의 소재 적합성이 더 뛰어났던 것이지요.
충전이 완료된 리튬이온전지에서 리튬은 음극에 모여 있습니다. 방전이 시작되면, 즉 우리가 전자기기의 전원을 키는 순간 리튬은 전자를 내놓고 이온이 되어 액체인 전해질(Electrolyte)에 녹아듭니다. 리튬에서 떨어져 나온 전자는 별도로 설치된 전선을 타고 전지에 연결된 전자기기로 이동하며 전력을 공급하게 됩니다.
리튬이온전지의 방전과 충전
방전(Discharge) : 방전은 전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휴대전화나 노트북을 사용하면 배터리 충전 용량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방전이다. 방전 시에는 오른쪽 음극(흑연)에서 왼쪽 양극(전이금속산화물)으로 리튬이온(Li+)과 전자(e-)는 흑연에서 전이금속산화물로 이동한다. 리튬이온은 가운데 분리막(리튬이온만 통과하는 막)을 통해서 움직이고, 전자는 바깥 전기회로를 통해서 움직인다.
충전(Charge) : 충전은 말 그대로 전기를 저장하는 것으로, 인위적 힘(전압)을 가하게 되면 리튬이온과 전자는 왼쪽 양극(전이금속산화물)에서 오른쪽 음극(흑연)으로 이동하여 흑연에 저장된다. 충전 과정은 인위적 힘이 들어가는 것이며, 방전은 자발적인 반응이다. 가만 내버려 두면 방전이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전자기기의 배터리 용량이 아주 미세하지만, 서서히 감소하는 것이다.
자료 : 친환경에너지연구소
리튬이온전지는 1970년대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석유회사인 엑슨모빌에서 일하던 마이클 스탠리 위팅엄(Michael Stanley Whittingham) 영국 빙엄턴대학교 교수가 이황화티탄(TiS2)을 양극으로, 금속 리튬을 음극으로 사용한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했지요. 기존의 다른 2차 전지보다 크기는 작으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획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리튬이온전지는 전압이 낮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존 배니스터 굿이너프(John Bannister Goodenough) 미국 텍사스대학교 교수는 양극의 재료를 리튬 코발트 산화물로 바꾸어 전압을 높이는 데 성공했지요.
그러나 리튬이온전지는 또 하나의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작은 충격에도 폭발하기 쉬워 안전성에 큰 문제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최근까지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배터리, 전기차의 배터리 폭발 사고가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지요. 1980년대에 요시노 아카라(Yoshino Akira) 일본 메이조대학교 교수는 금속 리튬 대신 흑연 성분을 음극으로 사용해 리튬이온전지의 안전성을 높였고, 덕분에 리튬이온전지는 충격을 받아도 잘 폭발하지 않도록 안전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리튬이온전지가 IT 사회의 발전을 이끌며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음을 인정해 2019년 리튬이온전지 개발과 관련한 이 세 명의 과학자에게 노벨 화학상을 수여했습니다. 이중 굿이너프 교수는 최고령 노벨상 수상자였는데요, 노벨상 수상 당시인 2019년 그의 나이는 97세였지요.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1979년에 리튬 코발트 산화물을 리튬이온 충전식 배터리에 사용하면 다른 양극재와 함께 고밀도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쓰이는 안정적인 소재 개발로 이어졌지요.
굿이너프 교수는 배터리 연구에 대한 로열티를 따로 받지 않고, 60년 동안 대학교수로서의 봉급만 받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돈에 연연하지 않았던 그는 본인의 연구에 대한 권리 대부분을 포기하고, 특허를 동료들과 공유했다고 합니다. 수상으로 받은 상금은 연구 자금이나 장학금으로 기부했다고 하지요.
굿이너프 교수는 1922년 독일에서 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미 북동부로 이주해 성장했습니다. 1944년에 예일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학교에서 물리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뒤 1952년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링컨연구소에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24년 동안 근무하며 컴퓨터용 램(RAM) 개발의 토대를 마련하고, 또 궤도 물리학과 현대 자성 이론 분야에서 연구성과를 내며 통신 관련 기기 개발에도 기여했습니다. 텍사스대에 부임하기 전에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무기화학 연구소 소장을 지내는 등 지난해 101세의 일기로 타계하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지속적인 연구 비결을 묻자, 그는 ‘너무 일찍 은퇴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고 해요. 굿이너프 교수가 영국 옥스퍼드대 재직시절 65세 정년퇴직이 다가오자 종신 교수직을 보장한 미국 텍사스대로 옮겨가 연구 활동을 계속했다고 합니다. 그는 80세 이후에도 뛰어난 연구성과를 내고, 87세에는 ‘엔리코 페르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오래 가는 전지의 비결이 되었던 ‘리튬’처럼 그가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그가 가진 ‘연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삶을 열정적으로 지속시킬 배터리의 양극 소재를 발견하셨나요? 설사 방전이 되더라도 재충전이 가능하여 다시금 힘을 낼 수 있는 2차 전지처럼 우리 삶의 배터리도 2차 전지로 바꿔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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