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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음악감상실] 서사적인 클래식 음악

by 앰코인스토리.. 2023. 8. 30.

사물을 바라볼 때 또는 멋지거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을 때, 또는 어떤 일을 당했을 때 그 당시 느끼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서사(敍事)’라고 합니다. 즉, 있는 그대로를 표현한다, 어렵게 이야기하면 ‘사건의 서술’이라고도 합니다. 음악을 작곡하는 것도 이러한 서사에 바탕을 둡니다. 어찌 보면 서사적으로 음악을 표현하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내가 만들어 낸 허구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느낀 감정으로 사물을 표현하는 것이니 사실 그대로일 수도 있지만 내가 만들어 낸 창작물이기도 합니다. 멘델스존의 <이탈리아>라는 곡이 있습니다. 멘델스존이 로마에서 6개월 머무는 동안 사육제와 교황의 취임식을 보고 감명을 받아 작곡한 곡입니다. 1악장을 들어보면 직접 가보지 않았어도 여러 정보를 통해 얻은 상상의 이탈리아를 떠올리게 됩니다. 직접 가보지 않았어도 음악으로 표현된 소리만으로 이탈리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방문한다면 상상했던 것과 같을 수도 또는 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Mendelssohn: Symphony No. 4 (Italia) A Major, Op. 90

영상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hDnVNdQCccQ

 

클래식 음악 중에는 원곡의 제목과는 다르게 알려진 곡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곡이 모차르트의 <반짝 반짝 작은 별>입니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파리 여행 중에 프랑스 민요 <아, 말씀드릴게요, 어머니>를 듣고 이를 피아노곡으로 만든 것인데, 모차르트의 멜로디에 영국의 시인 제인 테일러의 시를 가사로 동요에 사용되면서 원제보다 더 유명해진 것입니다. 작곡가 자신이 직접 들었던 음악을 자신의 상상 속에서 새롭게 해석해서 연주곡으로 만든 음악 중 하나이지요.

모차르트 12변주곡 K 265 <아, 말씀드릴게요, 어머니> <반짝반짝 작은 별>

영상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7BTvoqVK420

 

서사적인 음악이 사실적인 묘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면, 이 곡을 들어보면 서사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이해할 것입니다. 바로 안익태 작곡의 <한국 환상곡>입니다. 애국가의 원곡이지요. 한국을 정말로 잘 표현한 곡입니다. 동해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시작으로 일제 강점기의 나라 잃은 설움과 6.25전쟁의 참혹한 상황을 견디고 힘차게 일어서는 한국을 서사적으로 연주한 곡입니다. 이 한 곡에 한국의 역사가 다 들어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전곡을 들어보는 것도 좋지만 애국가 부분만 연주 후반부(12:10)부터 감상해도 됩니다.

안익태 작곡의 <한국 환상곡> Korea Fantasy

영상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yaPaIzZMML8

 

모든 음악은 연주하는 연주자에 의해 감동을 얻기도 하고 음악에 몰입되어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연주자는 나름대로 곡에 대해 해석을 하고 수백 번을 연습하여 온전히 작곡가와 혼연일체가 되어 연주를 하게 됩니다. 악보 없이 곡을 연주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를 알게 해줍니다. 연주자의 모습만 보아도 이 곡이 ‘어떤 곡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연주자는 온몸으로 주어진 곡을 표현합니다. 자신의 온전한 열정으로 음악을 표현하여 위대한 서사를 만들어 냅니다.

 

한국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를 보면 피아노 건반 위에서 황제의 위엄과 기품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가진 한국의 피아니스트입니다. 2023년 5월에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한국의 연주가들은 엄격하고 혹독한 레슨을 통해 전문 연주가로서 길러집니다. 한국인의 독특한 연습과 레슨 방법(스파르타식 교육)으로 전 곡을 악보 없이 연주하는 연주가들이 많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연주하도록 교육되어집니다. 주변의 어린 연주자를 보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주어진 악보에 충실하는 것도 좋지만 음악가라면 자신의 감동으로 연주하고 그 감동을 청중에게 전달해 주는 대리인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중 3악장 Beethoven Piano Concerto No. 5 “Emperor” 3rd

영상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x-OwtWX1AbA 

 

협주곡(協奏曲, Concert)은 관현악단과 피아노나 바이올린, 첼로 등 독주자와 함께 연주하는 음악으로 어원은 라틴어의 Concerto(합동, 참여, 경연하다)에서 나온 말입니다. 보통 빠르게-느리게–빠르게 형태로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주자의 연주 실력에 의해 곡 전체가 영향을 받을 정도로 독주를 하는 연주자가 중요합니다. 유명한 작곡가(베토벤, 브람스, 차이콥스키)들은 특이하게 바이올린 협주곡을 대부분 한 곡만 작곡하였습니다. 그만큼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협주곡과 더불어 연주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연주 시간 내내 앉지도 못하고 상당 시간 서서 연주하므로 연주자들도 꺼렸을 것 같습니다.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면 애절하게 첫 음절이 시작되고 이후 가슴을 파고드는 선율이 인상적입니다. 연주자의 표정에서 이런 애절함을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입니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35

영상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cbJZeNlrYKg

 

잠이 고이 들어가는 아기를 바라볼 때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고 평화롭다고 생각됩니다. 위엄 있는 황제도, 이탈리아의 콜로세움의 검투사도, 피나는 연습을 한 연주가도, 어머니의 자장가 앞에서는 모든 짐을 내려놓게 됩니다.

브람스의 자장가 Johannes Brahms Op. 49 Wiegenlid

영상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rhyHBkxEGbA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이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성 어린 심정으로 노래하여 아기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합니다. 이보다 더 서사적인 음악은 없을 것입니다. 브람스의 <자장가>를 들으면서 지쳐가는 일상을 잠시나마 잠재워 보는 것은 어떨런지요?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