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계속됩니다) 오늘은 베네치아로 가는 날이다. 이대로 그냥 떠나기에는 피렌체가 너무 아쉽다. 그래서 오전에 두오모 성당 전망대를 오를까 고민했다. 그런데 두오모 성당 자체가 예술인데, 두오모 성당의 꼭대기에 오르면 정작 두오모 성당 건물이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어제 날씨 때문에 가지 못했던 미켈란젤로 언덕을 가기로 한다. 두오모 성당과 피렌체 전경, 둘 다 볼 수 있기에 미켈란젤로 언덕을 오르기로 한다.
렌터카로 미켈란젤로 언덕을 갈 수도 있지만, ZTL이 무서워 버스를 타고 간다. 참고로 ZTL은 ZONA TRAFICO LIMITATO의 줄임 말로, 이태리 통행 제한구역이다. 이태리에는 유적지가 많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거주자나 예약된 방문자 외에는 해당 구역의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ZTL이 어디인지 분간하기 힘든 여행자는 법규를 위반하기 일쑤인데, 벌금이 40~50만 원에 달해 차라리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호텔 직원에게 미켈란젤로 언덕을 가는 방법을 물었더니 숙소 근처에서 12번 버스를 타면 된단다. 미리 짐 정리를 해놓고 호텔 조식을 먹은 후에 슬슬 걸어나와 버스를 타러 간다. 어렵지 않게 찾은 정류장. 12번 버스가 오는데 미켈란젤로라고 보기 쉽게 쓰여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켈란젤로 언덕 입구에 도착하였고,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어 올라가자 언덕 위에 다다랐다.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강이 보인다.
언덕에 있는 미켈란젤로 광장은 1871년에 조성되었는데 그 가운데는 미켈란젤로 400주년을 기념하는 다비드상이 세워져 있다. 진품은 바티칸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고, 광장에 있는 것은 모조품이기는 하나 의미가 남다르다.
피렌체 시내에서는 아름다운 두오모 성당을 제대로 볼 수 없지만, 미켈란젤로 언덕을 오르면 이렇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밤에 보는 야경이 너무 멋지다고들 하던데 어제 비가 오는 바람에 우리 가족에게는 그 모습을 허락하지 않아 많이 아쉽다.
준세이와 아오이가 만났던 성당 꼭대기 전망대도 또렷하게 보인다. 이 엄마랑 아빠는 못 올라갔지만 우리 아이들은 나중에 꼭 가보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멋진 광경을 선사하는 미켈란젤로 언덕. 평생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풍경이다.
광장에는 기념품을 팔고 있었는데 낯을 붉히게 하는 속옷이 눈에 띄었다. 다비드상의 중요한 부분을 속옷에 프린트하여 리얼하게 만든 제품인데 이런 걸 누가 사갈까 싶기도 하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체크 아웃을 하고, 베네치아로 출발한다.
피렌체에서 부지런히 달리면 세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간단히 점심을 먹는다.
이탈리아 음식은 대체적으로 입에 잘 맞는 것 같다. 주문한 메뉴가 불판에 바로 올라가는 것을 봐서 그런지 신선하고 위생적인 것 같다.
점심을 마치고 베네치아로 출발!
렌터카는 차량 반납 장소에 따라 렌트 요금이 달라지는데, 렌트비를 아끼기 위해 베네치아섬에서 조금 떨어진 베네치아 메스트레역에 있는 렌터카 사무실에 차를 반납하고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로 들어가기로 했다. 기차비를 내더라도 그것이 훨씬 저렴했고, 또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로 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로 출발! 드디어 도착한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이다.
내일 아침 일찍, 그것도 아주 일찍, 밀라노 가는 기차를 타야 해서 숙소는 산타루치아역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잡았다. 거리상으로는 가까운데, 길이 어찌나 미로이던지. 골목길로 들어가면 쉽게 찾는 것을, 길을 잃을까 큰길로 간다는 게 그만 빙 돌아서 호텔에 도착했다. 골목골목이 복잡하다. 호텔 찾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오늘 아니면 베네치아를 볼 시간이 없어서 체크 인을 하고 짐을 풀자마자 바로 걸어 나와 선착장으로 향한다. 베네치아는 땅 위로 다니는 버스가 아닌 물 위로 다니는 수상버스, 즉 배로 이동해야 하는 독특한 곳이다.
어마 무시하게 큰 말뚝을 박고 쇠사슬로 물에 떠나가지 않도록 고정한 선착장에서 수상버스를 기다린다.
1번 버스를 타고 산마르코 광장으로 가야 한다. 곧 도착한 수상버스를 타고 산마르코 광장으로 출발한다.
리알토 다리 아래로 지나간다.
수상가옥과 그들의 발이 되어주는 작은 배들이 나무 말뚝에 묶인 풍경이 참 독특하다. 베네치아 사람들에게는 소형 선박이 자가용인 것이다.
세상 어디에 이런 곳이 또 있단 말인가.
사실 이탈리아 여행은 6박 7일의 짧은 일정이고, 다음 여행지가 스위스라서 피렌체 > 밀라노 > 스위스 일정이 일반적이다. 베네치아를 거치게 되면 거리상으로 크게 돌아가는 것이 된다. 하지만 딸이 베네치아를 꼭 가보고 싶다고 하여 반나절 코스라도 여행 루트에 넣게 되었다. 빽빽한 일정이 되고 말았지만 정말 오길 잘한 것 같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런 풍경을 보니 말이다.
곤돌라 하나가 천천히 우리 곁을 지나간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 베네치아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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