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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conductor/스마트 Tip

[자연에서 배우는 과학] 구렁이 담 넘듯 자연스럽게! 뱀의 유연성을 모방한 로봇

by 에디터's 2022. 6. 23.

구렁이 담 넘듯 자연스럽게!
뱀의 유연성을 모방한 로봇

인간처럼 행동하고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은 우리 삶의 전 분야에 걸쳐서 도움을 주고 있지요. 지난 기사에서는 생물 역사상 가장 작은 새로 알려진 벌새의 뛰어난 비행 능력을 활용한 드론 기술을 살펴보았는데요, 이번에는 몸을 자유자재로 휘며 유연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뱀을 모방한 로봇 기술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사진출처 : www.researchgate.net

뱀의 다양한 움직임에 매료된 공학자들은 여러 산업 분야에서 뱀의 움직임을 모방하여 그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해저 석유나 가스 산업의 경우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파이프 라인을 설치나 점검 및 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유지비용이 소요되지요. 이 때문에 낮은 비용으로 안전하게 작업을 수행하면서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로봇기업 엘룸(Eelume)은 해저유전 수리용 로봇을 개발해 테스트하고 이르면 올해부터 이를 실전배치한다고 <CNN 비즈니스>를 통해 밝혔습니다.

 

회사의 이름을 따 ‘엘룸(Eelume)’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수중로봇은 총 길이 6m로 뱀처럼 기다란 형태를 하고 있는데요, 로봇의 양 끝에는 카메라와 센서가 달려있는데, 한 번 충전으로 최대 20㎞까지 이동할 수 있고, 몸체의 일부를 해저밸브 작동용 도구, 해양생물 및 해양 침전물 제거용 브러쉬 등으로 교체도 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높습니다. 또 엘룸은 다른 수중 기계와 달리 해저에 도킹 스테이션만 있으면 수심 500m 아래에서 최대 6개월간 머물 수 있고 뱀 모양의 형태 덕분에 좁은 공간도 드나들 수 있으며 강한 해류에도 유연하게 몸을 흔들어 제자리에 머물 수 있다고 하지요.

 

사진출처 : eelume.com

산업 현장에서의 로봇뿐만 아니라 의학계의 수술용 로봇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펜실베니아주 허쉬 메디컬 센터의 이비인후과 의사인 데이빗 골든버그는 유럽의 의료로봇 전문 업체인 ‘Medrobotics’에서 개발한 플렉스 로봇을 이용하여 인후두와 주변부 수술에 성공했습니다.

 

기존의 손만 사용하는 수술 방식으로는 인후두의 굴곡진 형태를 수술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뱀 로봇을 활용하면서 수술이 더 용이해졌습니다. 어떤 굴곡진 위치이든 뱀 로봇이 수술에 필요한 시야와 위치를 확보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절개방식 대신 비절개방식으로 진행하여 통증이나 합병증을 줄일 수 있으며 짧은 입원 기간과 최소화된 수술 후유증으로 비용과 결과 모두를 더 만족시킬 수 있었습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최근 영국 연구팀에서는 인간의 폐 속 가장 가능 기관지까지 도달 가능한 ‘자기촉수로봇(Magnetic Tentacle Robot)’을 개발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영국 리즈대학 연구팀에서는 신체에 삽입이 가능한 길이 80mm, 직경 2㎜의 자기촉수로봇에 관한 연구 논문을 로봇 공학 저널 <소프트 로보틱스(Soft Robotics)>에 발표했는데요, 이 로봇이 현실화된다면 기존에 어려웠던 폐암 및 폐 질환의 검진 및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의사가 폐암 환자 등을 진찰할 때는 기관지경(bronchoscope·기관지 내시경)으로 폐나 기도를 검사했는데 이 기관지경의 직경은 3.5~4mm 정도로 기관지 상단 부분까지만 도달이 가능해 검사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자기촉수로봇이 상용화된다면 기존 기관지경으로는 채취할 수 없었던 체조직 샘플 채취가 가능해, 더욱 더 넓은 범위에 걸쳐 암세포 전이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University of Leeds(U.K.) (사진출처 : https://cacm.acm.org)

게다가 자기촉수로봇은 모양을 쉽게 바꿀 수 있어 나뭇가지처럼 복잡한 폐기도망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고, 유연한 탄성 물질과 고무로 만들어 체내 손상이 적으며, 조종 없이도 체내를 돌아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로봇에 자력을 띠는 미세입자를 탑재해 환자 체외에서 자석을 장착한 로봇 팔로 조작할 수 있지요. 자기촉수로봇은 체내에서 움직이면서 매핑을 하기 때문에 점차 자율적으로 체내에서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뱀을 모방한 기술은 인간의 출입이 제한되거나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곳을 대신하여 정찰할 수 있는 정찰로봇의 역할로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존홉킨스 대학의 천 리(Chen Li) 교수 연구팀은 왕뱀이 3단계의 과정을 통해 장애물을 넘어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뱀이 장애물을 넘어갈 때 앞부분과 뒷부분은 앞뒤로 꿈틀대며 인장 수축을 반복하지만 가운데 부분은 뻣뻣하게 버티며 공중에 서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점을 활용하여 존의 뱀 로봇이 평면을 이동하거나 나무를 수직으로만 기어올랐던 기존 뱀 로봇 이동의 한계를 극복하여 다양한 높이의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뱀 로봇을 개발하였습니다.

 

사진출처 : https://newatlas.com

이렇듯 세계 여러 공학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뱀이 가진 기술을 접목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뱀의 움직임만큼 여러 환경에서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패턴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때로는 생김새와 움직임이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어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모든 생물은 오랜 기간 생존해오면서 가지고 있는 저마다 훌륭한 능력이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각 분야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함에 있어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생체모방기술에서 해답을 찾게 되는 것도 그 이유이지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어쩌면 우리의 든든한 지식 창고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