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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미국 특파원]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식

by 에디터's 2022. 5. 30.

얼마 전 큰 딸아이의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흔히 말하는 가을학기제라 5월이나 6월경에 졸업을 하게 됩니다. 각 주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애리조나주(Arizona statute)는 5월 말경에 대부분 학교들이 졸업식을 하게 되지요. 필자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미국의 졸업식은 너무나도 다르고 재미있게 구성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은 5월부터 한여름 날씨라 야외에서 졸업식을 하지 않고 대학교의 큰 강당을 빌려서 한다고 하는데, 올해에는 물가상승 등으로 인한 엄청난 대관료 때문에 오늘은 학교 야외 운동장에서 한다고 합니다. 물론, 너무나 더운 날씨이기에 해가 지는 오후 7시 반에 시작을 하게 되지요.
오후 6시가 넘어 입장을 시작했는데 이미 온도는 섭씨 38도를 찍고 있고 구름 한 점 없는 아주 쨍한 날씨입니다. 이러한 대규모의 학생들 공식행사는 안전을 최우선시로 하기 때문에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고 투명한 비닐백을 제외한 모든 가방은 들고 갈 수 없습니다. 흔한 보냉 물병도 반입이 안 될 정도지요. 얼마 전,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텍사스주(Texas States)에서의 초등학교 총기사건이 있어서 그런지 보안에 더욱 철저한 것 같습니다.

 

드넓은 풋볼 경기장에 학생들이 앉을 의자가 잔디밭 위에 깔려 있고, 양쪽 스탠드에는 학부모들이 빼곡히 앉아 졸업식을 진행합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니 학생들이 우리나라 대학교에서나 입었던 기억이 나는 졸업복과 학사모를 쓰고 입장을 합니다. 양쪽 스탠드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일렬로 행진을 하면서 손을 흔들어 주는 모습을 보니 갓난아기 때 기저귀 갈아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고등학교를 졸업한다고 하니 가슴이 뭉클해지네요.

 

식순을 보니 기본적으로 어디나 비슷한 것 같은 국민의례와 교장 선생님 말씀,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학생 대표가 나와 졸업식 연설을 합니다. 이러한 순서가 끝나면 졸업생 전원을 이름을 호명하면서 졸업장을 수여합니다. 약 9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줄줄이 나와서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는 장면은 한국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장내 아나운서가 학생 이름을 호명을 하면 스탠드에 앉아있던 가족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화답하는 문화도 다른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요, 안내 책자에 학생들의 이름 앞에 어떠한 학업성취도를 이뤘는지에 대한 표시가 되어 있고 이름을 호명하면서 그걸 같이 불러준다는 겁니다. 물론, 졸업 가운도 그 학업성취도에 따라 가운 위에 입는 띠도 다른 색상으로 구별됩니다. 한 마디로, 우등 졸업생들을 존중해주며 누가누가 성적이 좋은 학생인지 금방 알 수 있는 문화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평등을 중시하고 어떠한 차별을 금지시키는 사회적 분위기와는 완전 다른 것이지요. 이러한 독특한 문화를 보며 같은 듯 나른 두 나라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 사진출처 : https://www.dignitymemori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