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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영화n영어 39호] 더 기버 : 이거를 금지했다고?

by 에디터's 2021. 3. 17.

영화 <더 기버>(2014)는 조지 오웰의 <1984>가 생각납니다. 철저히 통제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감정소모를 제거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대대로 물려주고 있어요. 출산, 감정, 직업 등이 위원회에 의해 정해지는 제도입니다. 이를 위해 예전 기억을 지워버리지요. 겉으로 보면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영화는 이러한 노력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비인간적인 면이 많다고 말하면서요. 이를 위해 영화는 세 가지 장치를 활용해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조너스(브렌튼 스웨이츠 분)라는 인물이 하나둘씩 정보를 알게 되는 과정을 통해 이 제도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조너스는 이 제도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는데 ‘기억보유자’라는 임무를 맡게 되면서 깨달음을 얻게 된 겁니다. 잘 짜인 제도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조너스는 하나둘씩 알아가게 됩니다. 이게 가능한 것은 기억전달자(제프 브리지스 분)와의 교류 덕분이지요. 
기억전달자는 ‘과거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조너스에게 인류가 경험한 것들과 그들의 감정 등 좋은 것, 나쁜 것 할 것 없이 모든 것을 전달하는 임무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희로애락이 있던 과거의 세계로 그를 데려갑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하나하나 직접 느끼게 하지요. 

다음은 조너스가 과거의 생동감 있던 현장에 가서 직접 느끼고 서술한 장면입니다.

 

I had learned that knowing what something is,
 is not the same as knowing how something feels. 

뭔가를 안다는 건 어떤 느낌인지 아는 것과는 다르다. 
I got lost. 
혼란스럽다. 
The good kind of lost. 
기분 좋은 난감함이랄까. 
I saw sights and sounds, I had no words to describe. 
광경과 소리를 보지만 표현할 말들이 없다. 
Faces with flesh of all different colors. 
전혀 다른 색깔의 피부를 가진 얼굴들.. 
I felt so alive. 
생동감이 넘쳤다. 
This was forbidden?
이거를 금지했다고? 
I didn't know what to think, what to believe.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걸 믿을까. 
It was life. It just seemed more complete. 
그건 인생이었다. 그게 좀 더 완전해 보였다. 
The more I experienced, the more I wanted. 
경험하면 할수록 난 더 많이 원했다. 

 

형용사로 쓸 수 있는 to 부정사


조너스는 과거에 존재한 생동감 있던 현장에 갔다 오고 그 황홀함에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지요.

I saw sights and sounds I had no words to describe.

위 문장을 보니 구체적인 사실을 덧붙이기 위해 to 부정사를 사용했네요. 명사(no words) 뒤에 to 부정사(to describe)를 붙여서 no words를 꾸며주고 있어요. 

 

하지만 조너스는 전쟁 중에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는 모습에 놀라 이 임무를 포기하려고까지 하지요. 실재하는 것을 갑작스럽게 알게 된 조너스로서는 지금 평온한 삶 속에서 아무런 고민 없이 살아가고 싶기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당장은 편하겠지만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삶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모르고 사는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네요.

두 번째는, 조너스가 깨달음에서 멈추지 않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잘못된 제도를 어떻게 깨부수어 나가는지를 보여줍니다. 행동할 때만이 이런 실패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조너스가 예전 가치를 가져오려는 이유는 지금 제도가 인간적이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함께 사는 사람들은 피를 섞은 가족은 아니지만 조너스는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막내동생으로 들어온 게이브가 미숙아라는 이유로 제거되기 전에 그를 구하기로 해요. 비합리적인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이 사회가 바람직하지 못하게 생각되었겠지요.

기억전달자는 조너스에게 보육사인 아버지가 미숙아에게 주사를 놓는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조너스는 이것을 보고 사람들에게 과거 기억을 돌려주기로 합니다. 

 

조너스 :
That's death.
죽음이군요.


기억전달자 :
He doesn't know what he's doing.
모르고 하는 거야.


조너스 :
Doesn't know what he's doing? He killed him.
모르고 해요? 죽였잖아요.


기억전달자 :
But he doesn't know what it means. Just like you didn't. Neither did Rosemary.
그 뜻 자체를 몰라. 너도 그랬잖냐. 로즈메리도 그랬고


조너스 :
How can he not see the baby isn't moving? Doesn't that tell him something is wrong?
아기가 움직이질 않는데 잘못되었다는 걸 모른다고요?


기억전달자 :
The young and the old are killed.
아기와 노인들을 죽이지.
Your friend, Fiona, she will soon be trained to Release as well.
네 친구 피오나도 곧 훈련하게 될 거야.


조너스 :
That's a lie. She'd never do that.
거짓말 마요. 그 애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예요.
If Fiona understood...
이해한다면….


기억전달자 :
We are the only ones who understand it.
이해하는 건 우리밖에 없어.

 

세 번째는, 이렇듯 조너스의 분투기를 통해 과거에 존재했던 가치들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려나가는 삶, 기후 통제로 사라진 눈에서 눈썰매를 타는 재미, 흑백이 아니라 사물 본연의 색깔을 볼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 직업을 선택하는 자유 등을 말이지요.

이야기의 재미는 이런 데 있습니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지요. 한 편의 영화를 봤을 뿐인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진정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인간 본연의 자유를 빼앗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요. 보는 내내 흥미진진하면서도 뜨끔했던 것은 안주하려는 저 자신의 안일함을 콕 집어 지적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