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려운 문제와 씨름하던 고등학교 시절이 있었습니다. 수학문제도 좋고 영어문제도 좋고 혹은 국어문제도 비슷했던 듯 싶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끙끙대며 몇 시간씩 투자해 한 문제를 풀어도 상관없고, 해답을 보고 문제를 다시 해석해도 상관없을 겁니다. 내가 생각해 왔던 여러 가지 관념이나 상식을 뒤바뀔 결론이 도출되면 새로운 세상이 보였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해답을 알고 나서 복기를 해보면 왜 나는 이렇게 생각을 못하고 있었을까 하고 나 자신을 질책하기 전에 보이지 않았던 여러 가지를 보게 됩니다. 모든 게 그 자리에 놓여 있었고, 어제 오늘 혹은 그 전의 전날에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내가 미처 쳐다볼 생각을 하지 못해 놓치고 있었던 것이라는 깨닫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런 경험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세 끼는 먹어야 하고 된장찌개는 맛있고 건강에 좋은 음식이며 음식은 버리면 안 되고 밥은 든든하게 하게 먹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그게 좋다 나쁘다는 개념이나 정의는 없고, 그렇게 해왔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당연하고 믿어왔던 것입니다.
아침을 먹고 났는데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속이 더부룩해 점심을 생략했습니다. 그런데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약국에 갔습니다. 소화제를 처방받고 나오는데 약사님이 “너무 짜거나 맵게 드시지 마세요.”라고 했습니다. TV를 보면서 흔히 듣던 말이었지만 그때마다 흘려들었는데, 간결하고 짧은 몇 마디가 그렇게 마음에 와 닿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이불을 펴고 누워서 생각해 보니 있는 대로 주는 대로 먹었던 기억만 떠올랐습니다. 어떤 사람이 라디오에 나와 칼로리를 따지고 나트륨 함량을 따지며 얘기할 때 귀찮게 그런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문득 ‘내가 나트륨을 너무 많이 먹고 있었던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노트북을 펴고 건강상식에 관한 정보를 이것저것 찾아보았습니다. 유명하다고 알려진 의사 선생님들의 다양한 영상들도 있었습니다. 양배추는 위에 좋고 당 지수를 올리지 않아서 좋고, 찌개나 라면 국물은 나트륨 함유량이 높아 밥을 말아먹는 게 좋지 않다 등등의 말들을 설명과 곁들여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30분짜리 영상들에는 그동안 내가 간과해왔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영상을 보고 나니 내가 건강에 대해 정말 무관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다 내 주변에서 들렸던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귀담아듣지 않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떤 의사 선생님은 아침으로 양배추 샐러드와 삶은 계란 두 개를 먹는다고 하며, 그 정도만 먹어도 충분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드레싱도 올리브 오일로 한다면서, 과당이 들어있는 주스와 함께 먹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도 했습니다. 항상 밥과 함께를 외쳤던 나에게는 부실한 아침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점차 나이를 먹으면서 성인병에 대한 생각도 해야 할 때라 도전해 보려 합니다.
여태까지는 국물까지 싹싹 먹어야 요리를 한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고, 정성스럽게 해준 반찬은 남김없이 먹어야 하고 쌀밥은 한 공기 가득 담아 배부르게 먹어야 한 끼를 제대로 먹었다고 여기는 생각도 이제는 바꿔보려 합니다. 건강이 허물어지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건강한 나만의 한 끼를 꾸준히 만들어 가려 합니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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