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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미국 특파원] 애리조나 나무화석 국립공원

by 앰코인스토리.. 2023. 3. 30.

나무가 오랜 세월을 거쳐 화석화된 것을 ‘규화목(Petrified wood)’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 어디에나 분포가 되어 있는데, 애리조나주에 있는 규화목 숲 국립공원(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이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합니다. 나무 기둥이 물에 의해 쓸려 내려가다 화산재 등으로 인해 퇴적되어 오랜 세월을 거쳐서 단단한 돌로 바뀐 것으로, 일종의 화석이라고 합니다. 이 국립공원은 애리조나주를 대표하는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 세도나(Sedona)에 비해 별로 유명하진 않지만, 또 다른 자연의 신비를 보여주는 숨은 보석 같은 곳입니다.

 

어릴 적 교과서나 책에서나 봤었던 희미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규화목을 실제 광활한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이름처럼 숲을 이루지는 않지만, 그곳에는 이곳저곳에 많은 규화목들이 나무줄기째 보전되어 있고 수도 없이 많은 것을 아마 숲에 표현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면적이 서울보다 큰 810㎢ 정도로 2억 년의 역사를 가진 지질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이기도 한다는데, 시기로 보면 트라이 아이스기로 공룡이 살았다는 쥐라기보다 먼저이기 때문에 초기 공룡의 화석이 발견도 된다고 합니다. 규화목뿐만 아니라 화석, 바위와 메사 지형, 고대의 암면 조각은 물론 야생동물과 야생화까지 연중 다양하고 풍부한 볼거리가 가득한 곳으로, 애리조나에 살면 꼭 한 번은 와봐야 할 곳인 것 같습니다. 이곳도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입구에서 차량별로 약 3만 원에 해당하는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다행히 아직 유효기간은 남은 연간 회원권이 있어서 그냥 들어갔는데 왠지 돈을 번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1906년에 국가 기념물(National Monument)로 먼저 지정이 되고 1962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국립공원 이전부터 사람들이 신기한 규화목들은 많이 기념품으로 들고 나가서 이 또한 문제가 많았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아주 예전에 제주도에 가면 현무암 하나씩 들고 왔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거겠지요.

 

지금은 공원 곳곳에 반출 금지 표지가 있고, 해가 뜨는 시간에만 공원을 개방하기 때문에 잘 지켜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미 가져간 규화목을 다시 공원으로 돌려주는 시민들이 많아서 공원 한쪽에 그런 것들만 모아 놓은 장소도 있습니다. 알고 가져갔던 모르고 가져갔던, 나중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편지와 함께 돌려주는 경우가 이미 천여 건이 넘는다고 하네요.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공원을 빠져나와 한적한 마을 가는 곳에 크고 작은 규화목을 모아 놓고 파는 상점을 봤습니다. 아마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가공해서 파는 곳 같았습니다.

 

앞서 바위와 메사(Mesa) 지형도 많다고 했었는데요, 메사는 높은 언덕에 봉우리는 평평한 형태에 주위는 가파른 경사로 이뤄지는 것을 말하는데,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치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집과 같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티피(Tepees)와 푸른색을 띠는 블루 메사(Blue Mesa)도 멋있습니다. 물줄기들이 수억 년 동안 흘러 만든 협곡과 같은 형태로, 멀리서 보면 작은 그랜드 캐니언 같은 느낌도 듭니다. 서기 1200년도에는 프에블로(Pueblo)족이 살았던 흔적이 있는 암각화 또한 어떻게 이런 척박한 곳에 사람이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면서, 인간의 생존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새삼 느끼며 이번 호를 마칩니다.

 

▲블루 메사
▲티피

 

※ 사진출처 :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