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감상실] Andante, 차분하게 듣는 클래식음악

유난히 혹독했던 겨울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두터운 눈에 파묻혀 잔뜩 웅크린 새싹이 기지개를 키고 일어날 때입니다. 아직은 봄이라고 하기에는 서툴지만, 그래도 움튼 새싹이 빼꼼히 나와 봄이라고 속삭여 줍니다. 클래식 음악은 유독 봄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 곡들이 많이 있고, 서정적이라는 표현으로 연주됩니다. 서정과 감성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절한 악기는 첼로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악기 몸체를 사랑하는 사람을 껴안은 듯한 자세로 연주되어 심장과 가장 가까이에서 울림이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B단조 Op.104 2악장 Dvorak: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2Mov

영상출처 : https://youtu.be/43zGBuTBOPU

 

서정적이란 자신을 감정이나 정서를 드러낸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안단테(Andante)가 바로 그런 서정적인 단어입니다. Andante로 연주되는 곡은 느리지만 차분합니다. 대부분의 곡들이 안정적이고 감성적입니다. 겨울의 거친 칼바람을 견디고 녹지 않을 것 같던 동토를 비집고 푸릇푸릇 자라난 청보리 같은 느낌입니다. 겨울의 부스러기 같은 꽃샘 추위가 심술을 부리지만, 청보리가 아른거리면 봄이 왔다는 안도감이 자리잡습니다.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中 제4곡 세레나데 Schubert Schwanengesang D.957, No.4 Ständchen

영상출처 : https://youtu.be/xpd5-KGcVmY

 

이른 봄에 내리는 봄비는 대지에 스며들어 잠자던 씨앗들을 깨우는 전령입니다. 소란스럽지 않게 잔잔히 내리는 빗물은 겨울조차도 푸르렀던 사철나무 잎새를 타고 땅으로 스며드는 차분함으로 겨울을 보내는 아쉬움을 씻어 내기에 충분합니다. 이젠 겨울을 보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쇼팽 에튜드 3번 이별의 곡 Chopin : 12 Études, Op. 10, No. 3

영상출처 : https://youtu.be/VRho4EJsga8

 

 Andante의 곡들은 봄 햇살에 저항 없이 무너져가는 나른함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러시아의 사람답게 강렬하고 투쟁적인 곡으로 유명하지만, 내면은 무척이나 세심하고 감성적인 작곡가입니다. 특히, 그의 현악 4중주 1번 중 2악장의 안단테 칸타빌레는 서정과 감성의 끝을 대변합니다. 지저분한 마음의 생각을 흩어트리는 선율은 아련하게 심장 깊이 차분하게 파고들어 아리함을 만듭니다. 가슴을 날카롭게 베고 지나가는 현악기의 특징을 곡에 잘 녹여 놓았습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지난 후회를 반성하게 만듭니다.

차이코프스키 현악 4중주 1번 2악장 Tchaikovsky String Quartet Op. 11 - II. Andante cantabile 

영상출처 : https://youtu.be/J0JmiZ57Akk

 

춘분부터 하지까지의 봄에 볼 수 있는 별자리는 목동자리와 처녀자리입니다. 추운 겨울 오두막에서 움츠린 가축을 이끌고 너른 대지로 나서는 목동과 부끄러운 듯 살포시 얼굴을 내미는 봄을 대표하는 별자리에 놓은 것은 우연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멘델스존의 봄의 노래는 문 앞 나서기 전 주저하는 부끄러운 설렘을 느린 듯 차분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멘델스존 무언가 중 봄의 노래 Mendelssohn - Spring song Op. 62 No. 6 - Song Without Words 

영상출처 : https://youtu.be/bQK_GCAGPIs

 

Andante하면 스웨덴의 팝 그룹 아바(ABBA)의 노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많은 정통 클래식의 안단테보다 많이 연주되고 불려졌습니다. 노래 가사는 차분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느림을 시적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파스텔의 달콤한 마카롱과 깊은 갈색의 코코아 한잔을 봄 햇살이 나른하게 내리쬐는 창가에서 팝송의 클래식이 되어버린 아바의 안단테를 감상하면서 차분함 속의 우아함을 누려보는 것도 봄을 마주하는 방법이겠지요. 안녕? 봄!

아바 안단테, 안단테 ABBA Andante, Andante

영상출처 : https://youtu.be/CS-30pO94lo

 

※ 사진출처 : 픽사베이

 

By 김동우  | 예술과 반도체가 결합되는 ARSE-Topia(Art + Semiconductor)를 꿈꾸고 있는 Amkor의 TEST 개발 엔지니어입니다. 클래식 음악 감상실 DJ, 공연장 Staff, 공연기획자, 동호회 운영 등의 풍부한 경험으로 권위적이지 않고 어렵지도 않은, 일상에서 만나는 친구 같고 가족 같은 클래식 음악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