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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23

[에피소드] 키즈폰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휴대전화가 연달아 울렸으나 생소한 번호라 뚜껑을 닫아버렸다. ‘솥뚜껑 보고도 놀란 가슴’이라고, 금전적으로 손실은 없었지만 보이스피싱에 두 번이나 끌려다녀서 곤혹을 치른 일이 아직도 생생해서다. 조금 있자니 “손자가 키즈폰을 선물 받아서 한 전화이니 받아주세요.”라는 아들의 문자 메시지가 떴다. “할아버지! 나 키즈폰 샀어. 그런데 30분 넘으면 안 되니까 오래 못해요.” 하고는 일방적으로 끊어버린다. 기분을 북돋워 주려고 “할아버지가 전화하는 것은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받아라.” “그건 아는데, 공부 시간에는 하지 마세요.”라면서 언제 시간이 난다고 알려주는데도 입력이 되지 않는다. 어린이에게 휴대전화는 여러모로 좋지 않다면서 고학년이 돼야 사 줄 거라고 하더니 웬일.. 2016. 11. 11.
[에피소드] 책갈피 책꽂이를 정리하다가 책 속에 꽂혀 있던 책갈피를 발견했다. 단풍잎에 코팅을 입힌 책갈피였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10여 년이 훌쩍 넘은 것이었다. 한참 펜팔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가을 분위기를 낸다고 노란 단풍잎에 코팅을 입혀 편지 속에 넣어 보냈더니, 답장 안에는 빨간 단풍잎에 코팅을 입혀 보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제일 멋진 단풍잎을 고르기 위해 한참 동안 단풍잎 나무 곁을 이 잡듯이 뒤졌다는 진담 반, 농담 반의 글에 한동안 설레었다. 그런 정성에 감복하여 고이고이 모셔 두었던 그 책갈피를 한동안 잊고 살았었다. 세월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그때와 다를 것이 없는 단풍잎 책갈피를 보면서 그때 꿈꾸었던 추억도 하나하나 꺼내볼 수 있었다. 낭만이 살아있던 시대답게, 동네 서점에 가면 나이 지긋하신 책.. 2016. 10. 14.
[에피소드] 뒷도의 추억 명절은 추억이다. 추억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왔다가도 아득한 옛일처럼 가물거리기도 한다. 추석이나 설이라도 물 빠지는 나일론 양말이 유일한 선물이었던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어른들 따라 친척 집을 돌면서 차례를 지내고 나면 우리 세상이었다. 끼리끼리 모여 땅따먹기, 강 건너기, 자치기 놀이를 하다가, 해 그름 판이 되면 남녀 구별 없이 뒷동산으로 모여들었다. 마무리는 언제나 골목으로 편을 갈라 산등성이에서 술래잡기를 했다. 이런 자연과 함께하는 놀이를 찾아보기 힘든 손자들을 위하여 고심한 것이 윷놀이다. 역사는 일천하여 겨우 세 번째지만 매회 추억거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보통 윷놀이에서는 넉동이 먼저 나는 팀이 그 판을 이기지만, 며느리의 친정 가는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하여 두 동으로 하고.. 2016. 10. 7.
[에피소드] 라면 오늘 점심은 라면이다. 참 오랜만에 끓인 라면을 먹으려 한다. 한동안 라면을 많이 먹을 때는 하루 삼시 세끼를 모두 라면으로 통일한 적도 있었다. 아침에는 끓인 라면, 점심에는 컵라면, 저녁에는 친구와 함께 라면에 떡볶이를 먹었으니. 하지만 그런 날에는 밤늦게까지 아픈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라면으로 아침, 점심, 저녁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 맛을 잊어버리고 싶지는 않고 좋아하는 라면을 포기할 수 없어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끓여 먹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법 텀이 길었다. 한 달 동안 라면을 단 한 개도 먹지 않고 있었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편의점 도시락이 워낙 좋게 나오다 보니 잠시 라면을 잊고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생.. 2016. 9. 23.
[에피소드] 고향을 먹고 컸잖아 이번 달 초순에 친정아버지 팔순을 맞아 고향을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내가 열 살 때까지 살았던(지금의 친정에서 산골짜기로 6km 더 들어간 오지) 곳이 어떤가 하는 호기심에 남편과 함께 디지털카메라까지 챙겨서 나섰다. 학교 가는 길에 서 있던 느티나무와 정자, 겨울이면 온 동네 아이들이 모여 썰매를 탔던 연못, 아침마다 가장 먼저 가본 연못 옆의 호두나무, 동네에서 가장 큰 기와집이었던 우리 집과 엿장수가 올 때마다 진을 치던 집 앞의 넓은 공터.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60년이 넘은 기와집도 그대로였고, 느티나무도 온전하게 서 있었다. 물론 연못과 호두나무도 50년의 세월에도 꿋꿋이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히 달라진 것이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너무도 작아 보였던 것이다. 마을에서 가장.. 2016. 9. 16.
[에피소드] 센베이 과자 우리 집 가까이에 아주 유명하고 오래된 명품과자를 만드는 명장의 가게가 있습니다. 그 집 앞을 지날 때 보면, 늘 손님 한두 분이 과자를 고르곤 합니다. 보이는 과자의 종류만도 상당합니다. 일명 ‘센베이 과자’라고 알고 먹던 그 과자가 진열된 모습만 봐도 가슴이 뛰고 설레어옵니다. 어느 날은 하도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창에 들어가 센베이 과자를 입력해 보기도 했습니다. 진짜 내가 알고 있던 센베이 과자라는 명칭이 맞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으며, 만약 그 명칭이 아니라면 정확한 명칭을 알고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센베이라는 명칭은 일본 지방의 명칭이었고, 그곳에서 만드는 과자라 하여 ‘센베이 과자’ 혹은 ‘센베 과자’라 부르게 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드는 방식이 비슷하여 센베.. 2016.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