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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부산 맛 기행

by 에디터's 2022. 5. 19.

사진출처 : 크라우드 픽

푸른 바다와 다채로운 음식이 기다리는 부산. 9시 5분에 김해공항에 도착하니 친구가 마중 나와 있었다. 초등학교 동기로, 러시아를 여행한 뒤로는 더욱 가까워져서 매달 서너 번은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다. 전화를 할 때마다 회 먹으러 오라 간청했지만, 그동안 코로나를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되어 찾아갔다.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공항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는 소 한 마리 해장국집을 찾았다. 기본적으로 토렴을 해주어 밥알과 육수가 조화를 잘 이루었고, 숟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구수하면서도 깔끔한 육수에 푸짐한 소고기와 선지가 주연이고, 대파가 마지막 느끼함마저 잡아주었다.
이번에는 자갈치시장으로 가는 길에 용두산 공원에 올랐다. 처음 대하는 부산타워에 올라 50년 사이 많이도 변한 부산을 내려다보는 감회가 남달랐다. 찰랑이는 푸른빛 바다에 떠 있는 영도다리가 보이고,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이 눈 앞에 펼쳐진다.
자갈치시장은 싱싱한 회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눈빛과 머뭇거리는 발걸음 소리, 그런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렬로 쭉 늘어선 비슷비슷한 횟집 앞에서 호객하는 소리, 바닷가 근처 특유의 비린 냄새, 수조의 물고기가 놀라 뒷걸음질 헤엄을 치며 물이 튀는 소리, 일 년 내내 정신없이 산만한 이곳 자갈치 회센터 한편의 낡은 상회 하나. 20년은 족히 자리를 지켰을 듯한 낡은 수조에, 물때 자국이 가득한 횟집 바닥 타일은 이곳의 소리와 냄새가 어우러지며 자연스럽게 우리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언제나 즐겨 먹는 광어와 도다리를 푸짐하게 주문해 맛깔나게 먹었다. 혼자만 소주를 드니 운전하는 친구에게 사뭇 미안했다.
아직 저녁까지는 시간이 많아 해운대를 찾았다. 18개월간 부산에 산 적이 있었기에 여러 번 와 본 곳이지만, 그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해수욕장을 호텔과 빌딩, 그리고 고층 아파트들이 병풍처럼 둘러섰다. 추억을 더듬고 까칠까칠한 모래 위를 거닐면서, 다가오는 잔물결에 손도 담가보았다.
당시 직장동료들과 묵었던 국제 호텔은 흔적도 없고 새로 자리 잡은 특급 호텔에서 커피를 맛보지만 그때의 기분과는 달랐다.
저녁은 부평 깡통시장을 찾아 수제 어묵을 맛보기로 했다. 언제인가 TV에서 어묵을 먹는 분들의 소감과 비주얼을 잊을 수 없어 굳이 이곳을 고집한 것이다. 시장의 한 블록을 차지한 어묵 가게들의 규모가 굉장했다. 종류도 정말 다양했다. 생선 함량이 95% 이상이라는 세 곳에서 여러 가지 어묵을 맛보았지만, 지금까지 주문해서 맛본 부산어묵하고도 차이가 컸다. 뭐랄까. 말 그대로 ‘미친 식감’이다. 너무 쫄깃하고 탱글탱글하다. 전혀 느끼한 맛이 나질 않고 깔끔하고 담백하다. 그리고 국물이 끝내주었다. 딱히 국물에 다른 것을 넣지 않고 어육 100%로 만들어서 그런지 국물 맛이 참으로 깊었다.
이젠 19시 25분에 출발하는 마지막 비행기를 탈 시간. 언제 다시 오겠냐면서 내일은 거가대교를 건너 게 맛을 보자는 친구를 뒤로하고 입국장으로 향했다. 음식 맛과 함께 우정이 물든, 평생 잊지 못할 하루였다.

 

글 / 사외독자 이선기 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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