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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Right here waiting



Wherever you go
Whatever you do
I will be right here waiting for you
Whatever it takes
or how my heart breaks
I will be right here waiting for you.

 

<Right here waiting>의 한 부분이다. 당대 꽤 유명했던 가수 리처드 막스가 불러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다. ‘어디 있든 무엇을 하든 나는 여기서 당신을 기다릴 테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내 마음이 찢어지는 아픔이 있더라도 이 자리에서 그대를 기다리리다.’ 아름다운 노랫말과 감미로운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어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노래가 좋아서 테이프에 녹음하여 듣고 또 듣고를 반복하며 많이 따라 부르기도 했었다. 그 노래가 운동을 막 끝낸 후 집에 돌아가려는 그 순간, 공원매점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가던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늦가을의 정취를 최고로 만끽할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이었다.
영어를 참 잘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영어듣기도 잘하고 싶어서 영어 선생님을 쫓아다니면서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알아들을 수 있느냐고 질문을 했었다. 영어듣기 평가만 하면 늘 헤매기 일쑤였다. 도대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좀 잘 알아듣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다. 찍어서 한 문제를 더 맞고 틀리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였다. 그때 영어 선생님은 팝송을 들어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좋아하는 노래를 반복적으로 듣고 따라 하다 보면 귀가 열릴 수도 있다고. 그러면서 나를 위해 당신께서 자주 듣던 노래 테이프를 선물로 주셨다. 그래서 알게 된 노래가 바로 <Right here waiting>이었다.
하지만 해석은 만만치 않았다. ‘whatever it takes’ whatever를 영영사전으로 찾고 무슨 뜻이 있는지 훑어보고 난 후 take를 찾는데 기존에 알고 있는 것보다 수많은 뜻이 나열된 것을 보면서, 어떤 것을 써야 할지를 한참 고민했다. take가 시간이 걸리는 거니까 많은 시간이 걸려도 대충 그리되겠지 생각하면서 가사의 해석을 보니, 많은 혼란이 일었다. 수학 문제처럼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다 보니 좌충우돌하면서 팝송을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산문이 아니다 보니 관용적이며 문학적인 표현이 뒤섞여 있었고, 가수마다 자신만의 창법과 발음을 고수하는 탓에 이해의 속도가 빠르지 못했다.
하지만 팝송에 많이 노출되었던 탓일까. 아무것도 안 들리던 영어듣기 평가에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아는 단어들이 들리게 되고, 기다란 문장 속에서도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하려는 내용에 감이 오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원어민 수준의 듣고 말하기 실력을 연마하지는 못했지만, 영어에 대한 자신감은 많이 북돋을 수 있었다.
팝송에 사용되는 좋은 문구는 메모를 해두었다가 가끔 펜팔로 오던 편지의 답장 속에서 한 문장씩 옮겨주면 받는 이들이 그렇게 좋아했다. 아마도 내가 보내준 팝송 가사를 읽고 인생의 목표를 새롭게 잡은 이도 있지 않았을까. 늦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오늘은 책상서랍 속에 깊이 넣어두었던 꽃무늬 편지지를 꺼내어 고마웠던 이에게 손편지를 써봐야겠다.  

 

글 / 한상대 님(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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